"충성 동맹 도와달라"…이라크 쿠르드, 이란 부각하며 美에 호소
러시아도 사실상 외면…자치수반·자치의회 선거 연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분리·독립투표를 강행했다가 오히려 수세에 몰린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가 이란의 영향력 확산을 부각하면서 미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KRG는 23일(현지시간) 낸 보도자료에서 "이라크군과 이란이 배후인 시아파 민병대(PMU)가 쿠르드 지역을 겨냥해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미국의 군용 장비와 차량을 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이라크 정부에 대한 군사 지원을 이란이 지휘하는 시아파 민병대가 전용한다는 점을 지목한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22일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가 이란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터라 KRG는 시아파 민병대를 통한 이란의 영향력 확산에 방점을 두고 사실상 자신을 외면한 미국에 '구조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나우자드 하디 아르빌 주지사는 21일 "아르빌은 2003년 미군이 독재정권(사담 후세인)을 물리쳤을 때 강력한 군기지였다"며 "미국에 매우 충성도가 높은 동맹 쿠르드족에 더 확실하게 응답해달라"고 호소했다.
KRG의 자치 검찰은 23일 여러 시아파 민병대 조직의 총사령관급 인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라크 정부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KRG와 석유 계약을 맺은 러시아조차 한걸음 물러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3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이브라힘 알자파리 이라크 외무장관을 만나 "쿠르드족의 염원은 이해하지만 이라크 중앙정부와 KRG의 갈등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면서 "러시아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방관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이라크 중앙정부의 편에 선 것으로 해석된다.
KRG는 다음달 1일로 예정됐던 자치수반과 자치의회 선거도 각 정파가 후보를 내지 않아 무기한 연기하는 등 정상적인 정치 일정에도 차질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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