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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누구나 가능…해커처럼 의회 진출해 모기처럼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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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누구나 가능…해커처럼 의회 진출해 모기처럼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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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누구나 가능…해커처럼 의회 진출해 모기처럼 물어라"

아이슬란드 '정치 돌풍' 해적당 비르기타 욘스도티르 대표

韓 촛불 혁명 질문에 "관심 있게 지켜봐…평화로운 방법으로 변화 이뤘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제가 의회에 진출한 이유요? 보통 사람도 국민을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예요. 싱글맘도, 젊은 사람도, 나이 든 사람도, 실업자도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어요."

지난해 북유럽 아이슬란드 정계에서 일대 '돌풍'을 일으킨 해적당의 비르기타 욘스도티르(50) 대표는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 시스템은 전혀 복잡하지 않다"며 "어떻게 하는지 배울 필요가 있을 뿐, 어린이도 쉽게 배울 수 있다"며 적극적인 시민 참여에 의한 직접 민주주의 구현을 강조했다.

욘스도티르 대표는 "나는 경험과 성숙을 중시하고 존중하지만, 새로운 물이 흐르지 않으면 물은 고이고 정체된다. 정치도 마찬가지"라며 "기성 정치인이 젊은 세대를 믿고, 젊은 세대는 기성 정치인을 존중한다면 개혁이 가능하다. 결국은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해적당은 2012년 해커, 무정부주의자, 온라인 활동가를 중심으로 제도 개혁·정보 공개·기득권 타파 등 '새로운 민주주의'를 내걸고 창당됐다. 이들은 2013년 총선에서는 5.1%의 득표율로 3석을 얻어 의회에 진출하더니, 지난해 선거에서는 무려 10석을 차지하면서 원내 2당으로 부상했다.

욘스도티르 대표는 이 같은 성장에 대해 "(변화의) 시기가 무르익은 것 같다"며 "해적당의 정신은 새로운 종류의 정치다. 좌파, 혹은 우파에 치우치지 않고 시스템을 쇄신·변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중이 자신의 삶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독려하고 있다"며 "결국 우리의 목적은 (평범한)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고, 이를 위한 실마리를 찾는(아이스 브레이킹) 역할을 해적당이 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그는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해커'와 '모기'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해커는 의회 안에 해커처럼 잠입해 시스템을 분석하고, 그 강점과 약점을 알아내 보고하라는 뜻이었죠. 아무도 문제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 오류를 폭로해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하는 노력입니다."

욘스도티르 대표는 이어 "자신이 너무 미약해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면 모기의 공격을 생각해 보라"며 "아무리 작은 모기라도 물리면 간지럽고 괴롭지 않으냐. 모기처럼 물어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을 휩쓴 '촛불'과 이어진 탄핵 과정도 주의깊게 지켜봤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은 평화로운 방법으로 정권의 변화를 요구했고, 이뤄냈기 때문에 매우 기뻤습니다. 사람들이 연대해 정직과 청렴을 요구하며 변화를 소망했어요."

욘스도티르 대표는 시민의 정치 참여와 직접 민주주의에 관심이 많다.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아도 지금의 대의 민주주의 시스템 아래에서는 4년, 혹은 5년 뒤가 될지도 모르는 선거만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점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국가의 공통된 고민이기 때문이다.

해법을 묻자 그는 "나라마다 문화가 달라 '만병통치약'은 없다"면서도 "우리는 국민투표를 헌법에 넣어 법제화하려고 한다. 국민의 10%가 원하면 국민투표를 하고, 그 결과에 구속받도록 헌법으로 명문화하는 것"이라고 국민투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사람들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인기에 영합해 결정을 내리면 끔찍한 결과가 나온다. 제대로 모르고 투표해서 EU 탈퇴라는 사태가 빚어진 '브렉시트'를 보라"고 덧붙였다.




욘스도티르 대표는 이 밖에도 "공개적인 방식으로 일반 대중의 의견을 모아 의원들이 법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법률 문장을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 소설가나 시인이 법률안을 쓰게 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슬란드는 조만간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다.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연거푸 당선된 욘스도티르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는 출마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전문 정치인이 되기는 싫다"는 '해적다운' 이유를 내놨다. 대신 10년 전 세상을 떠난 그의 어머니를 기리는 책을 내년에 집필할 계획이라고 한다.

"해적당은 어느 순간 주류가 됐어요. 많은 성원과 지지가 좋기는 하지만, 식물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가지를 치지 않고 자라기만 하면 곧 시들어 버릴 겁니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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