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만345건…전문가 "공권력 경시 풍조 '한몫'"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지난 7월 26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인덕원지구대에 "정신질환이 있는 아들이 괴롭힌다"는 80대 여성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A 경사와 B 경장이 이 여성의 거주지로 출동하자 아들 C(40대)씨도 진정하는 듯했다. C씨는 그러나 병원 후송을 위한 사설 구급대원을 보고는 크게 흥분했다.
C씨는 흉기를 꺼내 A 경사와 사설 구급대원의 복부를 찔렀으며, 수갑을 채우려던 B 경장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왼쪽 팔을 다치게 했다.
C씨는 결국 테이저건을 맞고서야 제압됐다.
다행히 경찰관과 구급대원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2015년 4월 13일 오후 성남시 수정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판교 방향 126.8㎞ 지점에서 순찰 중이던 고속도로 순찰대 소속 D 경장은 화물차량이 지정차로를 위반한 것을 보고 갓길로 유도했다.
차량을 안전하게 정차시킨 뒤 운전자에게 다가가려던 찰나, D 경장은 같은 방향으로 주행하다 갓길을 침범한 E(40대·여)씨의 광역버스에 들이받혔다.
이 사고로 D 경장은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범인 검거·단속 및 피해자 구조 과정에서 경찰관이 죽거나 다치는 사례가 잇따라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2년∼2016년) 전국에서 경찰관이 공무 수행 중 다친 사례가 모두 1만345건에 달했다.
부상 원인으로는 안전사고가 4천660건(45%)으로 가장 많았고, 피습 2천875건(27.8%), 교통사고 2천546건(24.6%), 질병 264건(2.6%)의 순이었다.
이 중 피습, 즉 출동한 경찰관이 범인의 공격을 받아 다치는 경우가 해마다 전체 공상의 25∼30%를 차지해 비중이 작지 않다.
당국은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공권력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게 일선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순직은 같은 기간 81건으로 집계됐다.
질병으로 인한 순직이 52건(64.2%)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교통사고가 20건(24.7%), 안전사고 5건(6.2%), 피습 3건(3.7%), 기타 1건(1.2%)이었다.
경찰은 순직·공상 경찰관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 위로하고 있다.
순직 경찰관에 대해서는 장례비, 순직유자녀 장학금, 특별부조금, 유족보상금, 사망 및 특약 보험금, 순직위로금 등이 지급된다. 공상 경찰관에게는 위로금과 병원비 등이 지원된다.
전문가들은 공권력 경시 풍조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진단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 사이에는 공권력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예컨대 출동 경찰관에게 '내 세금으로 월급 받는 것 아니냐'는 식의 갑질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선 경찰관들이 법 수호 의지를 갖고 정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방향과 기준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며 "피치 못할 사고를 당한 경찰관에 대해서는 국가와 조직 차원에서 끝까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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