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오른팔' 왕치산 후임으로 자오러지 발탁"
신설 국가감찰위 수장 맡아 '반부패 사정' 총지휘할 듯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王岐山)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후임으로 자오러지(趙樂際) 당 중앙조직부장이 유력하다고 홍콩 명보가 22일 보도했다.
명보에 따르면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주석단이 지난 20일 회의에서 통과시킨 중앙기율위원 후보 명단에 자오러지 부장이 포함됐지만, 왕치산 서기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올해 69세인 왕치산 서기가 '7상 8하(七上八下)' 원칙에 따라 퇴임하고, 60세인 자오러지 부장이 그 뒤를 잇는다는 뜻이다.
7상 8하는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 시점에 만 67세면 상무위원이 될 수 있지만, 68세 이상은 은퇴한다는 원칙이다.
중앙기율위가 내년에 신설되는 국가감찰위원회에 합쳐지면 자오러지 부장이 그 수장을 맡아 반부패 사정을 총지휘할 수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8일 당 대회 개막 연설에서 "국가, 성, 시, 현에 감찰위원회를 설립한 후 당 기율검사조직과 통합해 공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공직자를 관할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감찰위가 설립되면 공산당, 국무원, 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함께 5대 국가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자오러지 부장이 당 최고 지도부인 7인의 상무위원에 진입하면 왕치산 서기의 서열보다 한 단계 높은 서열 5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명보는 전망했다.
자오러지는 1957년 칭하이(靑海)성 시닝(西寧)에서 출생했다. 문화대혁명 말엽 칭하이성에서 하방(下放) 생활을 하다 베이징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칭하이성으로 돌아가 교사, 공직을 거치며 2000년 칭하이성 성장까지 올랐다.
같은 해 중국 정부는 서부 대개발 사업을 시작했고, 2000년 263억 위안(약 4조5천억원)이었던 칭하이 성의 국내총생산(GDP)은 그가 떠난 2006년 641억 위안(약 11조원)으로 2.4배로 커졌다.
2007년 산시성 서기로 이동한 그는 산시성의 GDP도 2012년 이임 때까지 3배로 키워놓았다.
2012년 11월 18차 당대회에서 정치국원으로 발탁돼 당의 핵심 요직인 중앙조직부 부장에 임명된 것은 칭하이성과 산시성에서의 이 같은 업적을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그의 과거 이력으로 보면 당내 절대권력을 구축하는 시 주석과의 관련성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정치국원 발탁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추천 덕분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그가 시 주석의 고향인 산시성 서기로 일한 경력에 주목, 자오러지 부친이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의 고향 친구이자 부하였던 인연이 작용한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자오러지는 칭하이성에서 출생했지만, 호적은 시 주석과 같은 산시성이다.
특히 시 주석 집권 1기에 자오 부장의 적잖은 공로가 그의 발탁에 힘을 더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더해졌다.
중앙조직부장으로서 후진타오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계파를 밀어낸 후 시 주석의 친위세력을 곳곳에 포진시키고, 시 주석의 차기 지도부 진용을 설계한 공로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시 주석이 아끼는 동갑내기 칭화(淸華)대 동창 천시(陳希·64) 중앙조직부 부부장의 승진을 위해서는 부장 자리를 비우고 자오러지를 승진시켜야 했을 것이라는 논리까지 나온다.
그의 예전 비서였던 웨이민저우(魏民洲) 전 산시성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주임이 비리 혐의로 낙마한 것이 결점으로 작용했으나, 상무위원 발탁으로 이 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을 것이라고 명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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