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총리, 사우디 방문…이란-사우디와 등거리 외교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가 자국 내 이슬람국가(IS) 사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자 중동 패권 경쟁국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로 존재감을 부각하려 하고 있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밤 사우디를 정상방문해 살만 사우디 국왕과 만났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알아바디 총리가 사우디와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알아바디 총리가 사우디를 찾은 것은 6월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다.
당시 사우디 방문에 앞서 알아바디 총리는 "이라크는 어떤 편에 속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사우디와 이란이 양분하는 중동 패권 경쟁에서 균형을 잡아 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라크는 사담 후세인 통치 시절이던 1990년 걸프전 이후 사우디와 불화를 겪었다.
사우디는 1980∼1988년 이란-이라크전에서 같은 수니파인 후세인 정권을 지원했다. 후세인 정권은 수니파의 '대표'로 이란의 시아파 팽창주의에 맞선만큼 사우디와 쿠웨이트가 이라크의 전비로 대출한 400억 달러를 탕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당시 이라크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였다.
사우디와 쿠웨이트가 부채 탕감을 거부하자 후세인 정권은 1990년 8월 쿠웨이트를 침략, 걸프전을 일으켰다. 사우디는 우방이던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공격적인 독재자라면서 등을 돌렸다.
이후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뒤 권력 공백을 친이란 성향의 시아파가 메웠다. 이들은 친미주의자이기도 했으나 사우디와는 최근까지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 본격화한 이슬람국가(IS) 격퇴전 과정에서 이란이 이라크 정부에 군사·안보 분야에서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이라크와 관계를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
전후 경제를 재건해야 하는 이라크 정부로서도 인접국이자 종파적(시아파)으로 같은 이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친미 진영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 터라 이해관계가 맞다.
사우디와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 2위 산유국이라 석유 시장에서도 협력할 명분이 충분하다.
사우디는 2015년 바그다드 주재 대사관을 걸프전 이후 25년 만에 재개했고, 올해 2월에는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사우디 외무장관이 바그다드를 방문했다.
이달 18일에는 사우디 저가항공사 플라이나스가 27년 만에 리야드-바그다드 직항 노선을 취항했다.
알아바디 총리가 사우디를 방문한 21일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부(옛 석유부) 장관이 바그다드의 국제전시회에서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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