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베'로 끝난 日 총선…한일관계 당분간 큰 변화 없을 듯
北핵·미사일에 '한일공조' 우선…'위안부합의이행' 요구 속 갈등관리
韓위안부 TF활동·유네스코등재 변수…국내기반 약화시 도발 가능성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의 10·22 총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이 승리함에 따라 새 정부 들어서도 한일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연립여당이 승리하며 아베 총리는 다음 달 초 열리는 특별국회에서 다시 총리로 선출되게 된다. 여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관행에 따른 것이다.
물론 아베 총리가 '4기내각' 구성을 통해 구성하는 외교·안보 진용이 확정돼야 우리나라와의 구체적인 외교 노선의 향배도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계속 총리직을 맡게 됨에 따라 위안부 합의와 역사 문제 등 한일 간 외교 현안은 일단 종전처럼 관리 모드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여전한 상황에서 아베 총리로서도 우리와의 대북 공조가 절실한 만큼 이런 현안이 부각되면서 한일 간 알력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일 간의 당면 현안으로는 2015년 12월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따른 이행조치 문제가 있다.
일본 정부는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과 부산 총영사관 앞의 소녀상 철거를 지속해서 요구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아베 총리도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의 첫 정상회담에서 이런 입장을 전달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 정서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크게 이슈화되지는 않았다.
양 정상 모두 이들 이슈가 지나치게 부각돼 한일간 안보·경제분야 등의 협력에 장애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양국간 추가로 갈등 요인이 될 사안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문제다.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IAC)는 2년에 한 번씩 여는 전체회의를 오는 24∼27일 열어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등재를 신청한 130여 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안건 중에는 한국·중국·일본·네덜란드 등 8개국 14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해 5월 등재를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 2천744건이 포함돼 있다.
우리와 중국 측의 등재 노력에 맞서 일본 정부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간 상태다.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에 지불하는 분담금 보이콧을 카드로 쓸 절도로 필사적으로 저지에 나서고 있는 만큼 결과에 따라서는 한일 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에 대한 검증을 위해 설치한 위안부TF의 활동도 변수다. 우리 정부는 올해 말까지 TF를 가동한 뒤 활동보고서를 만들 예정이어서 내용에 따라서는 한일관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정과 외교청서, 방위백서에서 여전히 독도에 대해 일본이 영유권을 갖고 있다는 억지 주장도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일관계는 지난 연말연시 발생했던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따른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 일시 귀국 등의 대치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아베 총리로서는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거듭되는 도발에 만전의 대응을 하기 위해서도 우리와의 안보협력이 긴요하기 때문이다.
나가미네 대사 일시 귀국의 경우 당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정체하면서 주요 지지층인 보수 및 극우세력의 결집을 위한 카드로써도 활용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재신임을 받은 만큼 당분간은 그런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가 정치적 과제로 삼고 있는 '전쟁가능한 국가'로의 개헌을 위해서는 북한의 위협을 계속 '활용'해야 하는 만큼 우리와의 공조가 불가피한 상황이기도 하다.
다만, 올들어 아베 총리가 '사학스캔들'이 부상하며 지지율이 급락하며 퇴진위기에 몰리기까지 한 만큼 향후 정치 상황의 추이에 따라서는 한일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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