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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희망'이 물거품된 까닭…"차별성 부족·배제의 정치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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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희망'이 물거품된 까닭…"차별성 부족·배제의 정치 탓"

국제회의 참석차 출국…"귀국 때까지 대행체제·국회에 의원 대표 둘 것"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대항마로 주목받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영향력은 이번 총선에서 당초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7월 '도민퍼스트회'를 이끌며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압승했다는 점에서 반(反) 아베 성향의 유권자를 결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신당 '희망의 당'을 출범하며 '태풍의 눈'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집권 여당과 구별되지 않는 공약과 행보에 일부 유권자는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 여당과 구별 안 되는 우익 행보…민진당 측 합류시 일부 '배제' 발언도

고이케는 중의원 해산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희망의 당' 대표로 전면에 나서서 "일본을 리셋(reset)하겠다"면서 관용적인 개혁 보수로 신당의 정체성을 표방했다. 그러면서도 "도지사로서 싸움에 임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제1야당 민진당이 희망의 당과 합류 방침을 정하면서 고이케 지사의 인기는 상승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희망의 당은 합류를 결정한 민진당 출신 입후보 희망자에게 ▲ 외국인 참정권 부여에 반대 ▲ 한정적인 집단적 자위권을 기본적으로 용인 ▲ 헌법 개정 지지 등 8개 항을 제시하고 서명하도록 했다.

고이케는 입당 희망자 일부를 "배제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코드'가 맞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일본 언론에선 고이케의 관련 발언 이후 희망의 당 상승세가 꺾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이달 초까지만 해도 주목받던 희망의 당은 선거전이 혼미 양상을 보이고 민진당의 자유주의(리버럴)계 의원들이 입헌민주당을 세운 후에는 여론 조사에서 주춤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고이케는 아베 총리보다 더한 극우 성향에 혐한 색채를 보여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에서 환경상을 맡았던 2005년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했고 과거에 "위안부 강제 연행은 없었다"고 발언한 적도 있다. 지난해 도쿄도지사 당선 후에는 전임자가 약속했던 도쿄 제2 한국학교 용지 제공 방침을 철회했다.

'원전 제로'를 빼고는 개헌 찬성, '집단적 자위권법'(안보관련법) 용인 외에도 대북 강경책 지지를 포함해 정책 면에서 자민당과 크게 차별화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또한, 선거 결과에 따라 개헌 등에 대해선 여권과 연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끊이지 않았다.

그는 유세과정에서 아베 총리의 사학 스캔들을 비판하기는 했지만, 여야 어느 쪽으로의 정체성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이케는 지난 18일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선거 후 당 운영에 관해 "나는 (도쿄도)지사를 계속할 것이므로 국회에는 (따로) 대표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당 대표를 계속 맡겠지만, 의원 대표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일본 언론은 풀이했다.

그는 지난 21일 밤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지구온난화 대책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그는 오는 25일 귀국할 때까지 당의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 선거대책사무국장이 대표 대행을 맡을 것이라며 "선거 결과가 나오면 소속 의원과 간담회를 열어 향후 인사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계 드러낸 고이케…'여성 트로이카' 모두 고전

고이케 지사는 아베 총리의 1차 집권 당시인 2007년 7월 방위상을 맡는 등 일본에서 흔치 않은 여성 정치인으로 꼽힌다. 아랍어 통역사, TV 진행자, 특명대신, 환경상, 중·참의원 등을 지냈다.

지난해 7월 말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당선된 이후 안전성 문제로 도쿄 쓰키지(築地) 시장 이전을 연기하는 등 전임자가 정한 사업을 되돌리는 '마이 웨이' 행보를 보였다.

행정 개혁 이미지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이러한 모습이 미디어에 비치자 언론에선 '고이케 극장'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정치인 양성소 '희망의 주쿠(塾)'를 만들었다.

고이케 지사와 도민퍼스트회는 7·2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에 역사적 대참패를 안겨주며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제1야당 민진당에서 렌호(蓮舫)가 대표로 선출되고 8·3 개각시 발탁된 당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과 함께 정계의 '여성 트로이카'로도 관심받았다.

이 중 렌호는 취임 10개월여 만인 올해 7월 대만과 일본의 이중국적 논란이 이어진 것에 대해 재차 사죄한 뒤 스스로 물러났다.

이나다 전 방위상은 남수단에 평화유지활동(PKO)으로 파견된 자위대의 일일보고 문건 은폐 의혹 논란에 같은 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는 '고이케 돌풍'을 전국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과를 얻게 됨에 따라 고이케 지사는 국정 참패는 물론이고 도정에서는 사면초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관측했다.

js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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