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내몰린 '만주 독립군 후손들'…사글세 살고 의료비 걱정
영주 귀국 독립유공자 유족, 자가 비율 20% 미만
'본인 계층은?' 질문에 64%가 '下 중의 下'
보훈교육연구원 보고서…김해영 "지원 정책 시급"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거주하다 귀국한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이 국내에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주 귀국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30% 이상이 사글세로 살고, 40% 이상이 오락 문화생활은 엄두도 내지 못하며, 60% 이상은 자신의 계층을 '하(下) 중의 하'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를 보전하고,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겠다고 밝힌 터여서 이들의 어려운 생활 실태가 더욱 관심을 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국가보훈처에서 제출받은 보훈교육연구원의 '2016년 영주귀국 독립유공자 유족 생활실태조사 결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가(自家)에 거주하는 후손은 19.6%에 불과했다.
전세는 44.0%, 보증금 있는 월세나 사글세는 32.5%로 자가보다 훨씬 많았다.
거주하는 주택 유형은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이 37.0%로 가장 많았고, 단독주택이 29.7%로 그 뒤를 이었다. 일반 아파트는 14.3%에 그쳤고, 비닐하우스 등에 사는 경우도 있었다.
주택 가격은 평균 8천579만 원 수준이었다. 5천만 원 미만이 48.9%로 가장 많았고,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이 27.7%, 1억 원 이상 3억 원 미만이 20.0% 등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10억 원 이상은 극히 드물어 0.6%에 불과했다.
또 거주 기간은 2년 미만이 32.9%, 2년 이상 4년 미만이 32.1% 등으로 대부분이 한 곳에 정착하기보다 자주 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영주 귀국 독립유공자 유족은 자가 비율이 20% 미만이고 보훈복지타운 등 무상주택 입주 비율도 4% 이하로 나타나 거주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체 조사자 중 경제활동인구는 59.3%, 비경제활동인구는 40.1%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인구의 48.6%는 임금 근로자였으며, 구직 희망자 또는 실업자는 5.5%였다.
단순 노무 종사자가 46.6%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 종사자가 19.3%, 각종 기능 종사자가 7.4%로 뒤를 이었다.
연간 가계소득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의 평균 금액은 1천682만6천300원이었고, 1년 후 소득 변화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48.2%에 달했다.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6.1%에 그쳤다.
이렇다 할 돈벌이가 없는 후손들이 절반에 가까웠지만, 아무런 연금도 받지 못하는 비율이 41.1%에 달했다. 나머지 58.6% 가운데 29.1%는 기초노령연금, 22.0%는 보훈연금, 4.8%는 국민연금을 각각 받고 있었다.
평균 자산은 6천516만1천200원, 부채는 4천674만9천300원이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월평균 소비 지출은 145만6천600원으로 적은 편이었다. 50만 원 이상 100만 원 미만이 26.9%로 가장 많았다. 50만 원 미만은 14.7%, 100만 원 이상 150만 원 미만은 24.1% 등이었다.
소비 지출 가운데선 식료품비가 48만2천600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교육비 41만2천300원, 주거비 30만3천 원, 의료비 29만3천800원 등의 순이었다. 월평균 오락 문화비는 10만7천200원이었으나, 아예 한 푼도 쓰지 않는다는 비율이 42.6%로 가장 높았다.
후손들은 귀국 직후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선 47.6%가 '주택·의료 지원 등 복지 부족으로 정착 초기 불안정'을, 32.5%가 '취업의 어려움으로 인한 경제적 곤란'을 각각 꼽았다.
또 갑자기 돈을 빌려야 할 경우 평균 0.84명에게 부탁할 수 있다고 답했고, 55.9%는 '빌릴 사람이 없다'고 했다.
후손들 가운데 41.8%는 몸이 아플 때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고, 이중 84.7%는 그 이유로 '진료비 부담'을 들었다.
아울러 15.3%는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고 밝혔는데, 64.5%가 주된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노후 준비와 관련해선 64.9%가 '금전 준비 능력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자신의 계층을 어떻게 의식하느냐는 질문에 64.1%가 '하(下)의 하'를, 20.6%가 '하의 상(上)'을, 11.3%가 '중(中)의 하'를 각각 골랐다. '상의 상'과 '상의 하'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0.3%에 불과했다.
보훈교육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유족 523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시행해 이 중 371명의 응답 내용을 분석해 이런 보고서를 냈다.
조사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63.4세로, 60대가 35.2%를 차지했다.
김 의원은 "일제의 식민통치에 대항한 독립운동은 국내를 비롯해 세계 각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됐다"며 "해외에서 거주하다 영주 귀국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의 국내 정착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다양한 지원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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