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경찰 직장협은 만들 만하나 노조는 신중해야
(서울=연합뉴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가 경찰의 노동기본권 보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노동조합 전 단계인 직장협의회 설립 허용을 권고했다. 경찰개혁위는 지난 4개월간의 개혁과제 논의에 대한 대국민 중간보고회에서 인권경찰의 제도화와 경찰 노동기본권 보장 등 5개 항을 권고하면서 일선 경찰관과 소속 관서장 간 의사소통기구로 직장협의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권고했다. 직장협의회 가입 계급은 경감 이하 하위직으로 하고, 경찰청과 지방경찰청, 기관장이 4급 이상(총경급)인 경찰관서에 설치하도록 했다. 다만 수사경찰은 국민 인권과 직결된 부서이고, 내부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11월 중 '경찰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구체적 실무 안을 마련하고 연말까지 관련법이 개정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경찰개혁위는 경찰관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높은 노동강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우리 경찰은 80% 이상이 야간근무를 수반한 교대근무를 하고 있고, 근무시간도 주당 40시간을 훨씬 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순직자도 매년 늘어 최근 5년간 79명에 달한다는 게 경찰청 설명이다. 일반 공무원들의 경우 1999년부터 직장협의회가 허용됐고, 2006년부터는 노조 활동도 보장되고 있다. 경찰청 소속 일반직 공무원도 공무원 노조에 가입해 활동 중인데 경찰공무원 등 특정직공무원은 직장협의회마저 조직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경찰개혁위는 "스스로 기본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경찰관에게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를 위해 헌신할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며 정부의 근본적인 입장변화를 주문했다.
올해로 창설 72주년을 맞은 우리 경찰은 여러 측면에서 발전해 왔지만 열악한 근무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 측면에서도 제도적 보호장치가 미약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경찰공무원이 민생치안과 시민안전을 위해 애쓰면서 직장협의회와 같은 조직을 구성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이젠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그 이전에도 정부는 경찰공무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조직 내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문화가 조성되게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다만 경찰 노조 허용은 성격이 다른 문제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개혁위는 하급직부터 직장협의회 조직을 허용하고 단계적으로 노조 가입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노동기본권 보장 원칙을 정립할 때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국내 치안을 주 임무로 하면서 군과 함께 국가안보의 일부도 맡고 있다. 미국과 유럽, 남미에는 경찰 노조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와는 현실이 다르다.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이 이뤄질 경우 자치경찰제 전환 등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경찰 노조 설립에는 신중히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혁위 권고를 거의 그대로 수용해온 경찰청도 노조와 관련된 권고안에는 국민적 우려 등을 이유로 당장 구체적으로 검토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경찰청이 이런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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