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 맞은 배추 여물 듯, 피해 농민들 마음도 아물어"
춘천 우박 피해 한 달…배추농가 출하 앞두고 구슬땀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강원도 춘천시 서면 북한강을 가로지르는 신매대교를 지나면 신매리 일대로 드넓은 배추밭이 펼쳐져 있다.
이곳은 지난달 19일 우박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다.
폭탄을 맞은 듯 배춧잎 곳곳이 찢어지고 구멍이 나 농민들은 복구할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었다.
기습 우박이 농가를 덮친 지 한 달이 지난 19일 서면 배추 농가를 다시 찾았다.
농민들은 추위와 함께 찾아올 김장철을 앞두고 밭에 자란 풀을 솎아내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형편없이 망가진 배춧속 어린잎을 살려 김장 할만한 크기로 키워냈다.
겉잎은 상처가 남았지만 속은 크고 단단했다.
신매리에서 40년 넘게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정두환(62)씨는 한 달 전 쑥대밭이 된 밭을 보고 이번 가을 농사를 포기할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자라는 어린잎들을 보고선 '되겠구나'하고 마음먹었다.
그는 2만3천여㎡(7천평) 배추밭에 영양제와 비료를 아낌없이 뿌렸다.
밭도 이전보다 더 자주 찾았다.
주인의 잦은 발걸음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배추는 무럭무럭 자랐다.
정씨는 "배추가 기대보다 잘 자라 결구율(속이 단단한 정도)이 예년의 80% 정도는 될 것 같다"며 "우박 피해로 상심이 컸는데 형편없던 배추가 소생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아주 좋고 희망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박에 상처 난 배추가 여물 듯 농민들 마음도 아물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잘 키워낸 가을배추는 11월 초 출하할 예정이다.
출하량은 5t 트럭 20여대 분량으로 예상한다.
그는 추석 지나면서 계속 떨어지는 배춧값이 걱정이지만 김장철이 다가오면 제값을 받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시에서 지급 예정인 재난지원금도 복구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정씨는 "큰돈은 아니지만 '국가에서 농민을 잊지 않았구나'하는 마음에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시는 지난달 우박으로 1천330개 농가 413㏊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이 중 300여 배추 농가가 147㏊ 피해를 당해 전체 피해의 약 35%를 차지했다.
시는 농작물 재난지원금 4억원을 이달 말까지 피해 신고 농가에 지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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