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 2천억 들여 산 연구장비 '낮잠'…노후화도 심각"
연구장비 11.9%가 유휴·저활용, 55%는 내구연한 초과
민경욱 의원 "혈세 낭비…활용방안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 보유한 연구장비 중 사용률이 매우 낮거나 아예 이용하지 않는 장비가 많아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인천 연수구을)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은 '2016년도 국가연구시설장비 운영관리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출연연이 연간 10% 미만으로 사용한 '저활용장비' 및 최근 6개월간 사용하지 않은 '유휴장비'는 출연연 보유장비 1만3천907점의 11.9%에 해당하는 1천656점이었다.
이들 유휴·저활용 장비를 사는데 데 든 비용은 총 2천75억원으로 집계됐다.
유휴·저활용 장비의 구매비용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다.
연구원이 보유한 1천203점의 연구장비 가운데 183점이 유휴·저활용 장비인데, 이를 구매하는데 든 예산은 292억원이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경우 보유장비 150점 가운데 108점이 이런 유휴·저활용 장비로, 이를 도입하는데 253억원을 썼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장비 1천930점 가운데 잘 쓰지 않는 장비 152점을 사는데 든 비용은 187억원이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경우에도 1천376점 가운데 188점의 유휴·저활용 장비를 구매하는데 174억원이 든 것으로 확인됐다.
민 의원실은 철도연의 경우 보유장비 대비 유휴·저활용 장비 비율이 72%에 달하며, 이중 고가장비가 많다고 지적했다. '차륜탈선 안전성능평가 시험기'(2011년 도입)의 경우 39억500만원에 샀고, '전차선로집전계 주행시험기'(2010년 도입)는 31억9천800만원에 구매했다.
출연연 보유장비의 노후화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을 기준으로 내구연한(5년)을 초과한 장비는 1만2천904점 중 55.4%인 7천150점에 달했다. 내년 1월에는 전체의 61.2%인 7천895점이 내구연한을 초과하게 된다.
노후 장비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원자력연구원(893점)이었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849점), 한국표준과학연구원(495점), 한국항공우주연구원(475점)이 그 뒤를 이었다.
민경욱 의원은 "연구현장의 연구장비는 전쟁에서의 무기와 다름없다. 정확하고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얻기 위한 연구자들의 열정과 치밀한 계획을 뒷받침해줄 연구장비가 필요하다"며 "노후화된 연구장비의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