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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양철지붕 위에서 동동거리는 고양이'같은 인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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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양철지붕 위에서 동동거리는 고양이'같은 인간의 모습

예술의전당, 테네시 윌리엄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공연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미국 남부의 대농장주 '빅대디'(이호재 분)의 65세 생일날. 온 가족이 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변호사 큰아들 부부 가족과 한 때 유망한 미식축구 선수였으나 가장 친했던 친구의 죽음 이후 술에 찌들어 사는 둘째 아들 브릭(이승주 분)과 그의 아내 마가렛(우정원 분)까지.

빅대디는 사실 암 말기 환자지만 본인과 부인만 이 사실을 모른다. 큰아들 부부는 유산을 노리고 아버지의 환심을 사기에 여념이 없다. 마가렛 역시 농장을 차지하려 임신을 계획하지만 브릭은 그에게 차갑기만 하다.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는 마치 한 편의 '막장드라마' 같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위선적이고 욕망 덩어리들이다.

큰아들 부부는 유산에만 관심이 있다. 또 가난한 집안 출신인 데다 임신을 하지 못한 마가렛을 조롱한다. 시어머니는 교양있어 보이지만 며느리들을 싸잡아 비난한다. 신분상승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브릭을 택한 마가렛은 브릭의 사랑과 농장을 모두 갈구한다. 빅대디 역시 재산과 여자에 대한 욕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보이는 캐릭터는 브릭이다. 그는 알코올 중독에 매사 냉소적이긴 하지만 아버지의 유산에도 관심이 없고 그나마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말한다.

그러나 고함과 서로에 대한 비난이 난무하는 1막이 끝난 뒤 2막에서 브릭마저도 사실은 허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임이 드러난다. 그는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애써 부정하며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주변 사람들의 탓으로 돌린다.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인물들은 끊임없이 '이야기 좀 하자'며 소통을 시도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겉돌기만 할 뿐 서로에 대한 이해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60여년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작품을 번역하고 연출한 문삼화 연출은 원작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뜨거운 양철지붕 위에서 어찌할 줄 몰라하며 동동거리는 고양이'같은 인간 군상의 모습을 1990년대를 배경으로 현대적으로 재현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1959년 영화에서는 마가렛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문 연출은 "윌리엄스의 작의(作意)를 탐구하다 보니 모든 사건의 축이 브릭이며 빅대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브릭과 빅대디를 극의 중심에 놓았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나 '유리동물원'같은 윌리엄스의 다른 작품에 비해 비교적 국내 무대에는 잘 소개되지 않았다.

2010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연출하기도 하는 등 '윌리엄스의 팬'을 자처한 문 연출은 "동성애자였던 윌리엄스는 섬세함과 함께 성소수자로 살았기 때문에 아서 밀러나 유진 오닐보다 이면의 것을 더 많이 찾아내는 부분이 있다"면서 "마초가 아니면서도 지독하게 끌고 가며 붙들고 늘어지는 면이 윌리엄스의 강점이자 제가 좋아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11월5일까지.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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