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문화인들 기자회견…"박물관, 서울에 남아야 문화 경쟁력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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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립민속박물관과 신생 도시인 세종시는 궁합이 맞지 않습니다. 세종 이전은 행정 중심적인 판단입니다. 박물관을 세종으로 옮기면 민속문화의 뿌리가 흔들릴 것입니다."
원로 문화인들로 구성된 '민족문화사랑 동행 문화인 모임'은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 모여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이유로 추진 중인 국립민속박물관의 세종 이전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은 서울 용산으로 갈 예정이었던 국립민속박물관의 세종 이전이 급작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박물관이 서울에 존속해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운영자문위원인 이선종 원불교 교무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세종 이전 소식을 언론을 통해 처음 접하고 깜짝 놀랐다"며 "민의가 통하는 방식으로 일 처리가 됐는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김홍남 전 국립민속박물관장은 "국립민속박물관은 일제가 말살한 한민족 문화의 재생이라는 사명을 띠고 설립됐다"며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한국 문화의 3대 축을 이루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관장은 이어 "국립민속박물관의 연평균 입장객이 약 250만 명인데, 인구가 25만 명 안팎인 세종시로 가면 관람객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며 "용산 이전을 위해 2000년 이후 수억 원의 혈세를 들여 시행한 용역조사도 허사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으로 이전한 뒤 서울 종로구에 별도의 미술관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국립민속박물관이 세종으로 가면 접근성이 크게 떨어져 박물관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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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회 연세대 명예교수는 국립민속박물관을 '무형유산의 보고'로 규정하면서 "국립민속박물관은 신도시 세종이 아니라 무형유산이 축적된 도시인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권영필 고려대 명예교수는 "박물관은 도시의 환경과 힘에 의해 유지되고 성장한다"며 "박물관이 도시를 일으키는 경우는 없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용산이나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 옆 부지를 국립민속박물관의 이전 장소로 제시하면서 세종시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의 분관을 설립하라고 촉구했다.
김 전 관장은 "국립민속박물관은 경험과 소장품 규모를 봤을 때 지방에 2∼3개의 분관은 운영할 수 있다"며 "국립민속박물관이 서울에 남아야 국가 문화 경쟁력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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