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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사한 몰타 탐사기자 아들 "어머니, 정치권부패 폭로로 암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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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사한 몰타 탐사기자 아들 "어머니, 정치권부패 폭로로 암살"(종합)

"사기꾼들로 내각 채운 총리 탓에 몰타, '마피아 섬' 전락"

국제사회, 철저한 수사 촉구…위키리크스 설립자 "암살범 제보자에 2만 유로 사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탑승 중이던 차량 폭발로 숨진 몰타의 유명 탐사보도 전문 기자의 아들이 자신의 어머니가 정치인들의 부패를 폭로했다가 끝내 암살을 당했다며 비통함을 드러냈다.

몰타에서 가장 유명한 기자로 꼽히던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53)의 아들 매튜 카루아나 갈리치아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머니는 법을 무시하려는 사람들을 방해했기 때문에 죽임을 당했다"며 "어머니는 이 같은 일을 하던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암살) 목표물이 됐다"고 말했다.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에 조지프 무스카트 총리를 비롯한 정치권과 몰타 사회 곳곳의 부패 의혹을 가차 없이 폭로해 '1인 위키리크스'라는 평가를 받아 온 베테랑 기자인 갈리치아는 전날 대낮에 집을 나서 자신의 차량을 몰다가 그 차량에 설치된 강력한 폭발물이 터져 즉사했다.

어머니처럼 탐사보도 기자의 길을 걷는 아들 매튜는 사고 소식을 듣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불타고 있는 차량과 어머니의 유해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고 자책했다.


그는 "달랑 소화기 하나만을 들고 출동한 경찰관 2명에게 소리를 질렀으나, 그들은 나를 쳐다보며 '미안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며 "그들이 옳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내 주변에 온통 어머니의 파편들이 흩어져 있었다"고 몸서리를 쳤다.

그는 이어 무스카트 총리를 겨냥, 총리가 어머니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풍조를 만연하게 한 것은 바로 몰타 정부"라며 "무스카트는 우선 자신이 이끄는 내각을 사기꾼으로 꾸렸고, 그다음엔 경찰을, 이어 법원을 사기꾼과 무능력한 자들로 채우면서 몰타를 '마피아들의 섬'으로 전락시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국가 기관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조사해야 할 암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나와 내 두 동생들은 어머니를 잃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무스카트 총리가 자신의 어머니 죽음에 대해 한 발언을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무스카트 총리는 갈리치아 기자가 폭사한 직후 이번 사건을 "언론 자유에 대한 야만적 공격"이라고 규정하면서 용의자 색출을 다짐한 바 있다.


매튜 기자는 또 "어머니의 죽음은 일반적인 살인 사건이 아니며, 비극적인 일도 아니다. 누군가가 버스에 치였다면 비극일 수 있지만, 당신 주변에 온통 피와 불길이 있다면 그것은 전쟁이다. 우리는 구분할 수가 없는 국가와 조직 범죄단을 상대로 한 전쟁에 직면해 있다"며 갈리치아 기자의 사망 배후로 무스카트 총리를 비롯한 몰타 정부를 의심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무스카트 총리는 정치인들의 부패부터 은행을 통한 돈세탁, 몰타의 게임 산업과 마피아의 연관성에 이르기까지 몰타 사회의 치부를 신랄하게 까발려온 갈리치아 기자의 최근 폭로 대상이었다.

갈리치아 기자는 지난 4월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에 언급된 한 회사의 소유주가 무스카트 총리의 부인이며, 이 회사의 계좌에 아제르바이잔의 권력자 일가로부터 받은 불법 리베이트를 은닉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해 총리를 궁지에 몰았다.

무스카트 총리는 그러나 정치적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지난 6월 조기총선 카드를 꺼냈고, 최근의 경제 호황을 등에 업고 집권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며 재선에 성공했다.

몰타 총리실은 갈리치아 기자의 의문사를 이런 맥락과 연결짓고 있는 세간의 시각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범인을 찾기 위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을 포함한 해외 기관들의 협조를 얻어 성역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몰타 전체 기성 언론의 독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블로그 구독자를 거느린 스타 기자의 죽음에 인구 43만명의 유럽 최소국 몰타는 큰 슬픔에 빠졌다.


몰타 시민 수천 명은 전날 수도 발레타에서 밤샘 촛불 추모 행사를 벌인 데 이어 이날은 갈라치아 기자의 진상 규명과 정의를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 시민은 전날 진행된 추모 행사에서 "국가는 갈라치아 기자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며 백주 대낮에 언론인의 암살을 막지 못한 공권력의 무능을 질타했다.

유럽연합(EU), 국제기자연맹(IFJ)을 비롯한 국제사회 역시 갈리치아 기자의 죽음에 충격을 나타내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IFJ는 "갈라치아 기자의 암살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며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갈리치아 기자 암살자를 기소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주는 제보자에게 2만 유로(약 2천700만원)의 사례금을 주겠다고 제시했다.

한편, 성역 없는 비판으로 정부 관료들로부터 여러 건의 명예 훼손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갈라치아 기자는 숨지기 30분 전 자신의 블로그에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모든 곳에 사기꾼들이 판치고 있다. 상황이 절망적이다"라는 글을 올린 후 집을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변호사인 남편과 세 아들을 남기고 숨졌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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