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 "릴리안 이름 왜 공개했나" 생리대 논란으로 '설전'(종합)
식약처 국감, 김만구 교수·이안소영 처장·최병민 대표 등 증인 출석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김잔디 기자 = "릴리안만 문제 삼은 것은 어떤 선수는 팔다리를 부러뜨리고 어떤 선수는 서포트해주는 비윤리적 행위가 아니냐"(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
"제품명 밝힌 적이 없다. 우리는 여성건강이라는 달을 가리켰는데 언론이 달을 안 보는 바람에 여성건강 문제가 실종됐다"(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는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촉발된 과정 등을 두고 일부 의원과 증인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성환경연대가 유한킴벌리로부터 오랫동안 후원을 받은 사실을 강조하면서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주최한 월경토론회에서 김만구 교수가 5개사 10개 제품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는데, 그다음 세션에서는 유한킴벌리 수석부장이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홍보한 것이 이상하지 않으냐"고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지난 8월 여성환경연대 홈페이지에서는 '릴리안 피해자 목소리를 기다립니다', '1+1 저렴해서 샀더니 문제가 있네' 이런 식으로 릴리안을 조롱하고, 릴리안 피해 사례를 모았다"며 "여성환경연대가 시장 1위 유한킴벌리와 거대기업인 LG, P&G는 건드리지 못하고 깨끗한 나라를 누르고 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같은 당 윤종필 의원도 "실험 결과에 따르면 유한킴벌리의 중형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많이 검출됐는데 왜 릴리안만 언급했느냐"고 따졌다.
이런 지적에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한 번도 제품명을 공개한 적 없다"면서 "당시 우리 단체로 여성들의 부작용 신고가 빗발쳤는데 100%가 릴리안과 연관됐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3월 토론회는 생리대 검출 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기업들의 자발적인 유해물질 저감을 요청하는 자리였다"면서 "유한킴벌리 대표가 나와 비난을 받았는데 변명할 자리를 드렸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도 "저는 유해물질 방출실험을 했고, 제품명들이 포함된 보고서를 SBS 작가, 여성환경연대, 식약처에 줬다"며 "제가 만들지 않은 릴리안이 포함된 자료가 나돌아다닌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릴리안 제조사 깨끗한나라의 최병민 대표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최 대표는 "저희만 8월에 제품명이 공개됐고, 저희만 유해한 것으로 나오면서 피해는 말로 얘기할 수가 없다"며 "모든 제품이 대동소이한데 왜 저희 제품만 피해를 보는지 아직도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김혜숙 유한킴벌리 상무는 "업계 전반이 영향을 받으면서 회사 매출이 전년보다 25% 줄어드는 등 저희도 피해를 보았다"며 "생리대 제조사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공방이 이어지자 정춘숙, 남인순, 권미혁 등 여당 의원들은 정부도 하지 못했던 여성건강 문제를 제기한 여성단체를 공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사건을 여성건강을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자고 제안했다.
국정감사에서는 식약처가 수행한 생리대 시험의 신뢰성을 놓고도 공방이 일었다. 식약처는 전체 생리대를 대상으로 실험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 검출시험을 실시하고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식약처 실험은 VOCs 방출 시험으로는 부적절하다"며 "검체를 깨고 부수고 흔드는 과정에서 VOCs가 사라진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배옥남 한양대학교 약학대학 부교수는 "식약처 실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봤는데 국제통용된 방법론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다른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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