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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과 이별했던 시기의 이야기…여전히 죄책감 느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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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과 이별했던 시기의 이야기…여전히 죄책감 느끼죠"

내달 개막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음악감독 맡은 '동물원' 멤버 박기영

"원망과 죄책감 함께 느껴…음악 이외 이슈로 김광석 이름 오염 안 되길"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저희 '동물원' 멤버들은 아마 다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가수 고(故) 김광석 씨의 아내) 서해순 씨도 잘한 건 없지만, 우리도 잘한 거 없다고요. 광석이 형에 대해서는 멤버 모두 어떤 부채 의식 같은 감정을 늘 갖고 있어요."

1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룹 '동물원' 멤버이자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음악감독 박기영(52)은 "최근 (김씨의 딸) 서우(서연 양의 개명 전 이름) 사망 소식은 정말 큰 충격"이라며 "서 씨에 대한 원망 같은 감정도 들지만, 친구 딸의 죽음을 이토록 몰랐다는 죄책감도 섞여 마음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동물원'은 현재 박기영을 비롯, 배영길, 유준열 등 3인조 그룹으로 활동 중이지만 1987년 데뷔 당시엔 김광석 등이 포함된 대학생 7인조 그룹이었다.

김광석은 '동물원'의 데뷔 앨범과 2집 앨범에서 활동했지만, 여러 진로를 두고 고민하던 다른 멤버들과 달리 가수로서의 활동에 전념하고자 1989년 그룹에서 탈퇴했다. '가객'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의 석연치 않은 죽음 소식이 알려진 게 1996년 1월이다.

"광석이 형과 갈라서고 난 뒤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한 팀에서 활동할 때만큼 가깝게 못 지냈던 게 사실이었죠. 서로 각자의 영역에서 자리를 잡느라 바빴어요. 그러던 중 형이 갑자기 그렇게 떠나버렸으니 저희에겐 늘 부채 의식 같은 감정이 있죠. 그래서 이번 서우 소식이 더 충격이었어요. 미국에서 잘살고 있는 줄만 알았어요. 그 아이를 방치한 것 같은 미안함, 죄책감으로 다시 한 번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그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도 마주하기 싫었던 김광석과 '동물원'의 이별 시기 즈음의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그는 당시를 "조용하고 갈등 상황을 별로 즐기지 않는 멤버들 사이에서 가장 어색한 침묵과 감정적 소모가 있었던 시절"로 기억했다. "처음 대본을 마주했을 때는 잊고 있던 그 시절의 잔상들로 다소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잖아요. 금세 애정이 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동물원'과 김광석의 실제 에피소드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인만큼 넘버(노래)로도 이들의 주옥같은 명곡이 그대로 활용됐다. '혜화동', '변해가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거리에서', '널 사랑하겠어' 등이 무대를 채운다.

다만, 김광석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는 서 씨와의 저작권 문제로 빠졌다.

그는 "김광석의 자작곡을 공연에 사용하려면 서 씨에게 연락을 해서 저작권 관련 승낙을 받았어야 했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 여름, 동물원'은 2015년 초연된 중소형 뮤지컬이지만, 최근 김광석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김광석 이슈'가 지나치게 범람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느끼는 듯했다.

최근 동료 가수들 사이에서 서 씨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의 부당함을 지적하기 위해 '김광석 노래 중단 선언' 등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그는 개인적으로 "자숙하자"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친구의 딸 죽음을 10년간 몰랐던 게 너무 마음 아파요.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더라도 그냥 자숙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어요. 광석이 형은 때로는 실없는 농담을 즐겼고, 때로는 한없이 우울해 했던 사람이에요. 현실감이 떨어져 보일 정도로 순수하기도 했고, 후배들을 챙기는 걸 좋아했고요. 그런 그의 이름이 음악 외적인 부분들로 너무 오염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그의 음악만이 가진 정서와 가사로 김광석이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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