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올리버 스톤 "영화가 세상을 유연하게 만든다"
"한국영화 '공조' 인상적"…"아시아영화 공통적 주제는 좌절…퀄리티 뛰어나"
(부산=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올리버 스톤 감독은 17일 "한국영화 '공조'를 인상 깊게 봤다"며 "이 작품처럼 영화는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하는 세상을 유연하게 만들고 사람들 간의 관계를 개선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으로 방한 중인 그는 이날 부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공조'를 봤다는 스톤 감독은 "남북한 요원을 다루는 코미디였는데 신나게 웃으면서 봤다"며 "이 영화를 북한에서 상영하는 기회를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계적 영화 거장인 올리버 스톤은 1986년 미국 정부의 중앙아메리카 개입을 비판한 '살바도르'의 성공으로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뒤 같은 해 '플래툰'으로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과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휩쓸었고, '7월4일생'(1989)으로 두 번째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미국의 신자본주의를 폭로한 '월스트리트'(1987), 미 중앙정보국(CIA)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을 그린 '스노든'(2016) 등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을 주로 선보여 왔다.
최근에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2년 동안 10여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한 뒤 '더 푸틴 인터뷰'라는 4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미국에서 개봉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세계정세와 북핵 문제 등 정치적인 주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는 "지금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미국과 다른 국가들 간의 관계"라며 "미국이 전 세계에서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주한미군에 많이 의존하는 한국의 상황도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북한의 핵 문제는 군사 옵션이 아닌 협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이슈를 다음 작품에서 다룬다면 시간적 제약이 큰 영화는 아닐 것"이라며 "다양한 콘셉트를 담을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 당국이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 상영을 차단한 것에 대해서는 "놀랍지 않다. 나도 1980년대 정치적인 이유로 마오쩌둥에 관한 영화 제작이 좌절되는 등 중국과의 관계가 순탄치 않았다"며 "아이디어의 표출로 사회가 발전하는데 중국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심사를 마친 뉴커런츠 부문 후보작 10편을 비롯한 아시아영화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스톤 감독은 "후보작 중 퀄리티가 뛰어난 작품들이 많았다"며 "공통으로 흐르는 주제는 좌절, 희망의 부재였는데 이는 아시아영화의 보편적인 트렌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 서민의 삶을 많이 다루는 아시아영화와 모든 것을 판타지화 하는 미국 영화 간 차이점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며 서민들의 삶에서 점점 멀어지는 미국 영화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또 "아시아영화가 국제 시장에서 예술적 측면으로 호평받은 경우는 많지만, '와호장룡' 등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흥행에 성공한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며 "일반 관객들이 자막 보는 것을 꺼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올리버 스톤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영화의전당에서 '나의 인생, 나의 영화'를 주제로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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