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꼬리 문 채용비리, 강원랜드·우리은행 다음은 어딘가
(서울=연합뉴스) 신입사원 채용비리 의혹이 시중은행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은 17일 우리은행 인사팀이 작성했다는 '2016년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및 결과'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에서 국가정보원·금융감독원 직원, 은행 주요 고객 등의 자녀와 친인척 16명을 특혜 채용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신입사원으로 약 150명을 채용했으니 사실이라면 10% 정도를 부정한 방법으로 뽑은 셈이다. 문건의 '관련 정보' 난에는 의혹이 제기된 지원자별로 '금감원 부원장보 요청', '국정원 자녀', '부구청장 자녀', '고객사 최고재무책임자 자녀' 식으로 특혜를 주는 이유가 기재돼 있다. 외부 인사 외에 홍보실장 조카, 본부장 처조카, 전(前) 행장 지인의 자녀 등 전·현직 은행 간부도 청탁자 명단에 끼어 있다. '결과' 난에는 문건에 오른 16명 모두 '채용'이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이런 채용비리는 비단 우리은행만의 문제도 아니다. 공기업인 강원랜드의 채용비리를 보면 가히 복마전이라 할 만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실이 전날 공개한 '2012∼2013년 강원랜드 채용 청탁 대상자 관리 명단'에는 1차 427명, 2차 198명의 신입 채용 때 부정하게 청탁한 120여 명의 이름과 직책이 열거되어 있다. '뒷배'에 기댄 청탁 지원자가 600명이 넘고, 최종 합격자 518명 전원이 청탁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청탁자 명단에는 자유한국당의 권성동·염동열·김기선·김한표·한선교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 7명, 당시 강원랜드 임원 3명,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관광부 공무원 등이 올라 있다. 당시 이 회사 사장이었던 최흥집 씨는 267명을 청탁해 대부분 합격시켰다고 한다.
지난달엔 박기동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부당채용 비리가 감사원 '공직기강 기동점검'에 적발됐다. 박 사장은 2015년 65명, 2016년 79명의 신입 및 경력사원을 채용하면서 응시자의 이름에 화살표나 'O X' 표시를 해 면접점수 순위를 조작하도록 했다. 박 사장의 지시로 면접순위가 오른 응시자 24명(2015년 6명, 2016년 18명) 중 13명(2015년 4명, 2016년 9명)이 부당하게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감사원은 53개 공공기관을 감사해 정용빈 한국디자인진흥원장, 백창현 대한석탄공사 사장,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예종 부산항만공사 사장의 채용비리를 적발했다.
지난 8월 말 현재 청년(15∼29세)실업률은 9.4%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무려 22.5%라고 한다. 수많은 젊은 구직자들은 이 순간에도 바늘귀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취업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런데 취업준비생에게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에서 이런 채용비리가 버젓이 저질러졌다니 그 파렴치함에 말문이 막힌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젊은이들의 꿈을 빼앗는 이런 채용비리야말로 반사회적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드러난 비리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벌백계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내부든 외부든 채용비리 연루자를 철저히 가려내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밤잠 설치며 취업을 준비하는 우리 청년들을 더는 울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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