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태양광 시설 내년 설치…멸종위기 조류 위협
인천발전연구원 보고서 "초지·녹지 잠식, 야생조류에 악영향"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수도권매립지에서 벌이는 대규모 태양광발전사업이 멸종위기 조류의 생존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천발전연구원이 17일 공개한 '수도권매립지 야생조류 출현 현황과 관리방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매립지에는 현재 멸종 위기종 조류가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종 1급인 흰꼬리수리·저어새 등 6종, 2급인 큰고니·큰기러기 등 9종,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인 칡부엉이·원앙 등 4종 등이 매립지를 서식처로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호종 외에도 매립지 내 안암호의 수면과 배후의 넓은 초지에는 다양한 오리류, 기러기류, 도요새류 등 다양한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도권 쓰레기를 처리하는 매립지에 이처럼 다양한 야생조류가 서식하는 것은 아직 쓰레기 매립이 시작되지 않은 4 매립장을 중심으로 초지와 습지가 넓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4 매립장에서 추진되는 태양광 발전시설이 내년에 대규모로 설치되면 야생조류의 서식환경에서도 상당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연구원은 우려했다.
민간투자사들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SPC)은 내년 상반기 중 4 매립장 남측 부지 16만5천㎡ 터에 10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10MW는 3천200가구가 1년간 사용하는 전기량과 비슷한 전력이다.
연구원은 태양광 발전시설이 4 매립장에 들어서면 넓은 면적의 초지와 녹지를 잠식하게 되고, 이는 이곳을 서식처로 삼았던 물고기를 포함해 계절마다 이곳을 찾는 야생조류의 서식환경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전오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매립지는 넓은 호수와 초지, 매립지 사면의 숲 등 다양한 생태공간의 집합체"라며 "매립지가 수도권 최대 환경·생태공원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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