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 대선서 여당 후보 제엔베코프 사실상 승리(종합)
"97% 개표 결과 54% 득표"…親러시아 정책 유지 전망
(모스크바·알마티=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윤종관 통신원 = 중앙아시아 국가 키르기스스탄에서 15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여당 후보인 소론바이 제엔베코프(58) 전 총리가 승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키르기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 밤(현지시간) "97% 개표 상황서 여당인 '사회민주당' 후보 제엔베코프가 54% 이상 득표했다"면서 "남은 3% 개표 결과가 전체 그림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인 '레스푸블리카-아타 쥬르트' 후보 오무르벡 바바노프(47)는 33% 득표율로 2위에 머물렀다.
투표율은 56%로 잠정 파악됐다.
개표 결과는 전산개표시스템 덕에 신속히 발표됐다.
개표 결과가 알려진 뒤 제엔베코프는 수도 비슈케크의 선거운동본부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전 세계에 키르기스스탄이 민주적인 주권국가임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바바노프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결과를 더 분석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종족·지역적 대립이 심각한 키르기스스탄에서 제엔베코프는 오슈를 중심으로 한 남부 지역, 바바노프는 북부 지역의 지지를 받았다.
일각에선 바바노프와 지지자들의 반발로 인한 정치 혼란을 우려하고 있으나 대다수 분석가는 키르기스스탄이 지난 1991년 옛 소련 독립 이후 처음으로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임 아스카르 아카예프 초대 대통령과 그의 뒤를 이은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은 각각 2005년과 2010년 시민혁명으로 권좌에서 쫓겨나 외국으로 망명해야 했다.
제엔베코프는 헌법상의 연임 금지 규정으로 대선에 출마하지 못한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현 대통령의 후계자로 평가돼 왔다.
그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친정부 언론으로부터 우호적 응원을 받았으며 아탐바예프 대통령은 그를 친구라고 칭하며 지지하는 반면 그의 핵심 경쟁자인 바바노프를 비판해왔다.
개인 재산 15억 달러(약 1조7천억 원)로 키르기스 최대 갑부인 바바노프는 인종분규를 선동한 혐의로 검찰 조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제엔베코프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줄곧 "당선되면 현 대통령의 정치 노선을 승계할 것"이라고 밝혀 온 만큼 그의 취임 이후 키르기스의 대내외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아탐바예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친(親)러시아 정책도 그대로 승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탐바예프는 정치·외교적으로는 러시아,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기대는 국가 발전 정책을 추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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