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 "호랑이가 고양이 됐다"…'반토막 공수처' 도마(종합)
"1년에 2∼3건도 수사 어려워"…박 장관 "규모 확정은 국회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도 곧 시작할 것…경찰과 협의 예정"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방현덕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16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는 전날 법무부가 발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정부 안의 실효성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의가 쏟아졌다.
법사위원들은 기존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검사 50명 등 최대 122명 규모'의 공수처 설치 권고안이 '검사 25명 등 최대 55명'으로 반 토막 난 점에서 정부의 개혁 의지가 후퇴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검사 25명을 갖고 수사를 시작해 범죄사실 확정, 공소 유지를 어떻게 할 수 있겠나"라며 "(법무부 안대로라면) 1년에 2∼3건도 (수사가)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도 "지금까지 공수처 안은 항상 '호랑이 안'이 나와서 '고양이 안'이 통과되고 실행은 '쥐꼬리'로 된다"며 "개혁위 안은 호랑이 안이었는데 반 토막이 나서 고양이 안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 안 수사대상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자가 기소된 경우가 지난해 6명, 올해 상반기 7명"이라며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검사 25명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축소 근거를 설명했다.
다만 박 장관은 공수처의 모습을 확정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몫이라며 법무부는 국회의 논의를 충실히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몇몇 야당 의원은 법무부 안이 정치적 중립성에 한계가 있어 공수처가 결국 야당을 향한 표적사정이나 정치보복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감 질의서에서 공수처장에 대한 실질적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등 법무부 안은 청와대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라며 '또 다른 적폐 기관'이 탄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갑윤 의원은 법률로 탄생하는 공수처가 입법·행정·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위헌성이 짙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은 법무부가 공수처 신설을 추진하면서도 마찬가지로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공약인 검·경 수사권 조정 추진에는 소홀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의 구체적 안을 내놓지 않는 것을 보고 검찰이 공수처를 받고 수사권을 사수하려는 것을 장관이 동조하거나 방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박 장관은 "그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공수처 법안이 마련됐기 때문에 수사권 조정도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 경찰과의 협의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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