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위기, 북핵에 미칠 영향 주목
"北 협상 유인에 악재 가능성"…"완전한 北비핵화 추구 기대"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유지냐 파기냐의 기로에 선 이란 핵 합의의 위기가 북핵 문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정 준수에 대해 '불인증' 카드를 뽑아들고 공을 자국 의회로 넘기면서 '이란의 핵개발 중단+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를 골자로 타결된 이란 핵 합의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합의의 미래는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이제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태도만으로도 북핵 문제에 던진 메시지가 적지 않다.
우선 핵개발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이른바 '가역적' 합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적 시각이 확인됐다는 점은 북핵 문제에서도 트럼프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강하게 추구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싣는다.
2015년 미·중·러·영·프 등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P5)과 독일, 유럽연합(EU) 등이 이란과 체결한 핵 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은 이란의 기존 보유 농축우라늄을 대부분 폐기하고 농축우라늄의 제조 시설인 가스 원심분리기를 대폭 줄이는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시설 접근을 허용하는 등 내용을 담았다.
이 합의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 외교 성과로 서방과 이란의 관계 개선에 큰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핵물질과 핵 물질 생산 시설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어서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다시 핵무기 개발의 길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줄곧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에 대해서도 완전한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핵동결과 같은 어중간한 합의는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 이란 핵 합의처럼 이해 당사자가 많은 합의에 대해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가진 부정적 시각이 드러난 만큼 북핵 문제에서도 6자회담이라는 기존의 다자 틀보다는 양자적 해결을 추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일각에서는 미국이 과거 정부 시절 했던 합의를 뒤집으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북한을 협상의 틀로 끌어내는데 더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정부도 이란 핵 합의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협상에 의한 핵문제 타결의 선례라는 점에서 이란 핵 합의에 대해 외교부를 중심으로 꾸준히 연구를 해왔고, 현재의 상황이 북핵 외교에 미칠 파장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정감사 때 "이란 핵 합의가 깨지면 북한에 대한 암시도 상당히 부정적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강경 입장에 따른 이란 핵 합의의 위기가 북핵 외교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속단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15일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 문제에 대해 더욱 근본적인 해법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북핵 문제의 향배도 미국의 의지와 능력에 달려 있는 만큼 부정적인 단정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선례가 이란 핵 합의에서 만들어진다면 국제사회에 대한 미국의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미국 내 다수 전문가들의 기류"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에 대해 상황 악화를 막는 수준의 합의는 반대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는 생각이 분명하다면 북한에 대해서도 확실한 비핵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질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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