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재판서 VX 노출시 통증 등 증상 생기는지 등 쟁점 될 듯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동남아 출신 여성들이 공격 직후 손에 이상을 느낀 듯한 행동을 보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12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전날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김정남 암살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지 경찰 당국자 완 아지룰 니잠 체 완 아지즈는 피고들이 손에 불편을 느낀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완 아지룰은 CCTV 분석 결과 김정남을 공격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가 "뜨거운 듯 연신 손을 흔들면서 공항 2층 화장실로 달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증언했다.
시티 아이샤는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29)과 함께 올해 2월 13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 터미널 3층 출국장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공항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도 핸드레일에 손을 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손을 세게 흔들어댄 것으로 확인됐다.
시티 아이샤와 반대 방향으로 도주해 역시 2층 화장실로 향한 도안 티 흐엉 역시 가벼운 통증을 느끼는 듯한 손 움직임을 보였다.
완 아지룰은 "공격 직후 그녀는 불편해 하는 듯 했으며, 손바닥을 위로 들어 자신의 몸이나 옷에 닿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화학청 화학무기분석센터 라자 수브라마니암 소장은 김정남을 살해하는 데 쓰인 VX 신경작용제가 완제품 형태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각각은 독성이 없지만 섞이면 맹독이 되는 이원혼합물 형태로 제조된 VX 신경작용제는 고온 상태에서만 작동하기에 이번 사건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라자 소장은 VX 신경작용제를 손에 묻혀 사용했더라도 15분 이내에 흐르는 물에 씻기만 하면 큰 부작용 없이 제거 가능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는 VX 신경작용제가 손에 묻을 경우 실제로 통증과 작열감 등 증세가 나타나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이 범행 당시 독극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보고 있지만, 피고인들은 몰래카메라라는 북한인 용의자들의 말에 속았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VX 신경작용제를 손에 묻혀도 수 분 내에는 가시적인 증상이 생기지 않는다면 피고인들이 보인 행동은 이들이 '순진한 희생양'이 아니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완 아지룰은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시티 아이샤가 가방에서 스카프를 꺼내 쓴 채 택시를 타고 공항을 떠났으며, 이 과정에서 계속 불안한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손을 씻은 뒤 눈에 띄게 여유를 되찾은 도안 티 흐엉 역시 택시를 이용해 도주했다.
시티 아이샤는 범행 한 시간 전 북한 외무성 소속 요원으로 알려진 홍송학(34)으로 추정되는 남성으로부터 선불식 택시 티켓을 건네받았으며, 도안 티 흐엉은 아침 일찍 공항에 도착해 직접 택시 티켓을 구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측 변호인들은 완 아지룰에 대한 반대신문을 진행하기 전에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 터미널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현지시각으로 오는 24일 오전 8시께 현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샤알람 고등법원은 12일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8일차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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