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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 "佛장식미술전 열면 떳떳하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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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 "佛장식미술전 열면 떳떳하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지금도 후회 없어…미술과 정치 얽힐 때는 정도 걸어야"

광복 후 한국미술 망라하는 책 준비 중…"건축·공예까지 다룰 것"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지난해 3월 김영나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프랑스 장식미술전이 경질 배경으로 지목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심을 보였던 이 전시의 개최를 반대한 탓에 김 전 관장이 미움을 샀다는 이야기가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와중에 계속 흘러나왔다.

곧장 학교(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로 돌아갔다가 정년퇴직한 김 전 관장은 최근 서양 미술사를 소개하는 대중서 한 권을 냈다.

김 전 관장은 1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관장직을 그만둔 지 벌써 1년 반이 흘렀는데 그사이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말로 소회를 전했다.

"신문을 보니 당시 프랑스 장식미술전 문제와 관련된 여러 증언이 재판 과정 등에서 나오더라고요. 제가 볼 때는 (진실의) 많은 부분이 이제 드러난 것 같아요."

예정대로라면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스 장식미술전을 개최했어야 했다.

전시 준비에 한창이던 2015년 겨울, 사치품 브랜드들의 조합인 콜베르 재단과 파리국립장식미술관이 함께한 이 전시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다.

"프랑스 쪽에서 (전시품 중에) 현재 시판 중인 물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거죠. 우리가 조사하다 알아낸 사실이에요. 그런 물건들을 전시할 수 없었죠. 협약서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어요. 양측이 우호적인 관계에서 맺을 수 있는 협약서가 아니었어요."

프랑스 측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 김 전 관장은 그해 12월 청와대로 가서 김상률 당시 교육문화수석을 만났다.

김 전 관장에게 결국 전해진 것은 이듬해 3월 초 경질 소식이었다.

김 전 관장은 끝까지 전시를 반대했던 이유로 "이런 전시를 한 다음에 나 스스로 과연 박물관 직원들이나 제자들에게 떳떳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당시 청와대나 이런 데서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책에도 미술과 정치의 관계를 짚은 부분이 나온다. 김 전 관장은 "그간 역사에서도 미술품 전시와 정치가 얽힌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라면서 "그러나 모든 것은 나중에 드러나기 마련이기에 정도를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갑작스럽게 물러나면서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을 아쉬워하던 김 전 관장은 "(제 재임 기간에) 관람객들이 더 머무르는 박물관으로 바뀌었다"고 자평했다.

"예전에는 박물관에 오면 사람들이 전시실을 휙 보고 나갔는데 좀 더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다소 보수적이었던 박물관의 디스플레이를 현대적으로, 좀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많이 바꿨죠."

그는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박물관 직원들의 경쟁력 향상에도 많이 신경 쓰려고 노력했다. 박물관이 경쟁력을 얻으려면 소장품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의 학구적인 경쟁력 향상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복해 말하는 김 전 관장에게서 그의 아버지이자 초대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인재 양성에 힘썼던 고(故) 김재원 박사(1909~1990) 모습이 보였다. 친언니인 김리나 홍익대 명예교수도 국내 불교미술사 권위자다.

김 전 관장은 요즘 서울 여의도의 자택에서 광복 후 한국 현대미술을 정리하는 작업에 매진 중이다.

"그동안 광복 후 한국 미술사를 여러 사람이 썼지만, 회화뿐 아니라 건축이나 공예, 미술 시장 등을 종합적으로 쓴 책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요즘 한국 현대미술에 외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기에 그런 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회화와 비교하면 다소 빈약한 한국 현대 건축사, 사진사, 공예사 등을 연구하느라 바쁘다는 그는 "3년 정도는 있어야 책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 (프랑스 장식미술전) 일에 후회는 없어요.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고요. 지금은 책을 잘 써보고 싶다는 욕심뿐,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려 해요."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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