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패삼겹살이 '크게 패한 석장의 고기'…잘못된 표기 수두룩
부경대생 식당 메뉴·간판 등 외국어 오기 366건 찾아내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산 해운대의 한 식당 차림표에 적힌 '大敗三枚肉'(대패삼장육)은 어떤 음식일까.
인기 메뉴인 대패삼겹살을 일본인 관광객을 위해 안내한 것인데 이를 풀어쓰면 '크게 패배한 석장의 고기'라는 이상한 말이 되고 만다.
'얇게 썬 삼겹살'이니까 'うすいサムギョプサル'(우스이삼겹사루)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
또 다른 식당 차림표의 'まぜ飯'은 어떤 음식일까.
우리 대표 먹거리인 '비빔밥'을 일본어로 적으려고 '섞다'라는 뜻의 'まぜ'(마제)를 '飯'(밥) 앞에 붙였는데 틀린 표기다. 국립국어원이 정한 '비빔밥'의 일본어 표기는 'ビビンバ'이다.
중국어 표기들은 우리 관습대로 쓰인 경우가 많다.
'연중무휴'의 중국어 바른 표기는 '全年无休'(전년무휴)인데도 '年中无休'(연중무휴)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식당에는 소의 앞가슴 아래쪽 살인 '차돌박이'와 밥이 딸린 요리이름을 'Rice with roast premium beef'라고 얼렁뚱땅 적어놓았다. 맞는 표현은 'Rice with beef brisket'이다.
이런 잘못된 외국어 표기들은 부경대 학생들이 부산 구석구석을 다니며 꼼꼼하게 찾아낸 것이다.
학생들이 찾아낸 엉터리 표기는 무려 366건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국제회의, 전시회 같은 부산의 마이스 산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부경대 대학특성화사업단인 '동아시아 환동해 지역과 동남권역 연계 MICE 인재양성 사업단'(단장 손동주)에서 실시했다.
사업단은 지난 6월 한 달 동안 한국인 학생과 외국 유학생을 한 조로 구성, 부산의 남포·중앙동권역, 서면·부산대권역, 해운대·광안리·부경대권역 등 3개 권역을 대상으로 음식차림표, 안내표지판 등을 조사했다고 11일 밝혔다.
손 단장은 "음식은 외국의 여행자들이 접하는 도시의 중요한 인상이지만 잘못된 표기가 많아 안타까웠다"며 "우리의 다채로운 음식문화를 올바르게 알리기 위해서는 표기 하나하나에 섬세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업단은 외국어 표기 조사결과를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 측에 전달하고 수정을 요청하기로 했다.
사업단은 또 국립국어원이 외국어로 표기하지 못한 음식 이름을 포함해 모두 200여 개 음식 이름의 바른 외국어 표기를 직접 만들어 식당에 알려주기로 했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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