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안 쓰는데"…와일드카드 포기로 자존심 세운 '선동열호'
"와일드카드, 우리와 일본이 대만에 '조커' 준 셈"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다음 달 16일부터 일본 도쿄돔에서 열릴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은 한국과 일본, 대만이 각국 프로 리그의 젊은 선수의 기량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치르는 대회다.
그래서 나이와 연차를 출전 자격 요건으로 정했다. 만 24세 이하 혹은 프로 3년 차 선수만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물론 와일드카드는 있다. 국가당 총 3명을 아무런 제한 없이 선발할 수 있다.
와일드카드 제도 활용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선동열(54) 감독은 젊은 선수들만으로 팀을 꾸려가겠다는 당초 목표를 재확인했다.
선 감독은 10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원래 이번 대회는 23세 이하로 치르려고 했지만, 대만에서 힘들다고 해 24세로 기준이 바뀌었다. 이후 대만이 24세도 힘들다고 해서 일본과 우리가 일종의 '조커'를 준 셈이다. 일본도 (와일드카드를) 안 뽑는데, 우리가 뽑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와일드카드를 생략한 이유를 밝혔다.
한국 대표팀도 승리를 장담할만한 전력은 아니다.
구자욱(삼성), 김하성(넥센), 박민우(NC), 하주석(한화) 등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선수가 즐비하지만, 사실 전력 곳곳에는 구멍이 보인다.
선 감독이 꼽은 고민은 포수와 우타자다.
이번 대표팀 포수는 한승택(KIA)과 장승현(두산)까지 2명만 출전한다.
한승택은 팀에서 백업 포수로 주로 출전하는 선수고, 경찰청에서 최근 복무를 마친 장승현은 아직 1군 출전 경험조차 없다.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포수라 '24세·3년 차'라는 제한은 넘기 쉽지 않은 '허들'이다.
'우투좌타'가 범람한 탓에 우타자도 부족하다. 내·외야수 11명 가운데 우타자는 김하성·정현(kt)·김성욱(NC)까지 3명뿐이다.
성적을 내려면 와일드카드 제도를 쓰면 된다. 그렇지만 선 감독은 "미래를 위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낫다"고 잘라 말했다.
선 감독이 한국 야구의 미래를 강조한 또 다른 이유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바라보고 있어서다.
큰 경기에서 제 기량을 내려면 경험이 필요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할 25명 모두 3년 뒤 올림픽에 나갈 수는 없겠지만, 한국 야구를 살찌울 자양분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