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회장-CEO, 중국계 대주주 문제로 미묘한 갈등
"크라이언 CEO, 대주주 HNA 그룹 접촉 기피…아흘라이트너 회장 자극"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최고경영자(CEO)가 대주주인 중국 하이항(海航·HNA)그룹과의 접촉을 기피해 회장과 미묘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8일 보도했다.
도이체방크를 이끌고 있는 영국 출신의 존 크라이언 CEO는 이 은행의 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근 10%로 늘린 하이항 그룹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그 발단이라는 것이다.소식통들은 이를 본 도이체방크 감독이사회 멤버들과 고객사들 쪽에서 눈살을 찌푸리고 있고 특히 하이항 그룹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던 파울 아흘라이트너 회장과의 관계도 미묘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흘라이트너 회장은 현 경영진의 인선을 주도한 인물로, 은행 경영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스타일이다. 특히 올봄에 도이체방크가 단행한 85억 달러 규모의 증자에 하이항 그룹을 끌어들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소식통들은 그러나 크라이언 CEO는 증자가 끝난 이후 하이항 그룹의 애덤 탄 CEO를 아직 만나지 않고 있으며 아흘라이트너 회장이나 하이항 그룹 측에서 두 사람이 만나도록 노력하고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항 그룹은 불투명한 소유구조, 중국 정치권에 연줄을 대고 있다는 의혹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도이체방크의 지분을 늘린 것과 관련해서는 이미 독일과 유럽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하이항 그룹은 지난 2월 공시를 통해 도이체방크의 지분 3.04%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고 5월 초에는 이 은행의 지분이 9.9%로 늘어났다고 공시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하이항 그룹은 38억 달러 상당의 도이체방크 지분을 매수하기 위해 UBS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28억 달러의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
하이항 그룹은 이와 함께 도이체방크의 주가가 15유로 밑으로 떨어지더라도 손실을 보지 않도록 UBS 측과 파생금융 계약을 별도로 맺은 것으로 밝혀졌다. 도이체방크의 8월부터 15유로 선을 하회하고 있으며 지난 6일 현재 주가는 14.72유로다.
이에 대해 크라이언 CEO는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이항 그룹의 자금 출처를 알 수 없으며 하이항 그룹이 도이체방크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은 투기적인 것에 다름없다며 마땅치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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