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요청 비판한 트럼프에 푸에르토리코 시장 "정치문제 아냐"
"리더십 부족" 비판에 "생명 살리는 일" 반박…크루스 시장 '주가 상승'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허리케인 '마리아'가 휩쓸고 간 푸에르토리코 재난 복구 문제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수도 산후안의 율린 크루스 시장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미 정부에 구호를 요청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을 비판한 크루스 시장에 트럼프 대통령이 "(크루스의)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비난하자, 다시 크루스 시장이 "이건 정치가 아니다"라고 반박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크루스 시장은 30일(현지시간) 미 MSNBC 방송에 "이건 정치에 대한 것도, 사소한 코멘트에 대한 것도 아니다. 전진해서 인력을 투입해 생명을 살리는 일에 대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우리는 도움을 요청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못되게 굴기 위해 말한 게 아니었다"며 "모두가 진심을 보여줄 때이다. 나는 다른 것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주민들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도움을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크루스 시장이 '민주당 얘기를 듣고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며 비판한 데 대한 대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여기서 죽어가고 있다'는 크루스 시장의 CNN 인터뷰 다음날인 30일 "며칠 전만 해도 (정부의 대응에) 칭찬을 늘어놓았던 산후안 시장이 지금은 '트럼프에 심술궂게 하라'는 민주당의 얘기를 듣고 있다"며 "산후안의 그런 서툰 리더십과 복구인력을 돕지 못하는 푸에르토리코의 다른 사람들…"이라고 트윗을 올렸다.
이날도 장화와 카고팬츠를 입고 현장 복구 작업에 동참한 크루스 시장은 트럼프 시장의 비판에 대해 웃음을 지으며 "세계에서 힘이 가장 센 사람이 5피트(152㎝), 120파운드(54㎏)의 작은 몸집의 산후안 시장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허리케인 구호 요청에서 비롯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설전은 미국 자치령의 수도 시장에 불과한 크루스를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인물로 끌어올렸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그는 미국 보스턴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카네기멜런대에서 행정관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스코샤은행과 미 재무부 등에서 인사담당자로도 일했다.
미 본토에서 12년간 지낸 후 1992년 푸에르토리코로 돌아온 그는 정치에 입문, 하원의원을 거쳐 2012년 산후안 시장에 당선됐다.
반면 자치령의 재난에 모르는 척 구호요청을 무시한 트럼프 대통령은 비난의 도마 위에 올라 체면을 구겼다.
애틀랜타 주민이면서 최근 페이스북에서 푸에르토리코 구호모금을 시작한 애브너 브레번은 CNN에 "그들은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시민이다. 세금을 납부하고 군 복무도 한다"고 말했다.
산후안 주민인 러네이 아코스타는 "크루스 시장은 몹시 혼란스런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며 "이곳 상황을 모르는 게 아니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트위터 게임'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미 NBC방송의 유명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도 유명 배우 알렉 볼드윈이 트럼프 대통령으로 분해 산후안 시장의 구호요청을 거만하게 거절하고 그를 "심술궂은 여성"으로 부르는 모습을 풍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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