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지금 4차산업혁명중"…인공지능 개발·제휴 확산
연대세브란스·고대의료원·경희료원 잇단 연구 가세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 40대 남성 김진호 씨(가명)는 대학병원에서 '질병 예측 서비스'를 받다가 의료진으로부터 과다 체중(비만)으로 인해 향후 1년 내 고지혈증과 같은 심혈관질환이 발병할 우려가 크다는 설명을 들었다.
놀란 마음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던 김 씨는 결국 그 다음 날 새벽, 집 근처 병원이 운영하는 24시간 자동 로봇에 스마트폰으로 치료법을 문의한 후 수술 일정을 잡았다.
시술을 앞두고 걱정이 앞선 김 씨에게 의료진은 "수술 도중 주삿바늘이 조금이라도 위험한 부위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경보가 울리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안심을 시켰다. 무사히 수술을 마친 후 김 씨의 진료기록은 간호사의 음성인식을 거쳐 자동으로 컴퓨터에 입력됐다.
약 처방도 실시간으로 빠르게 이뤄졌다. 김 씨의 생활습관·가족력·기타 약물 복용 여부 등 약물 효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다른 조건들이 꼼꼼하게 반영됐다. 이후 김 씨는 병원 1층에 있는 수납부서를 방문하지 않고, 병실 내에서 퇴원 수속을 모두 마친 후 편히 귀가했다.
위 가상의 사례는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 5년 내로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료 서비스의 형태다.
9일 주요 대학병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3월 이세돌 8단과 구글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4승 1패로 승리를 거둔 후 인공지능 개발 열풍이 의료계에도 불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의료 서비스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미국 IBM사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다. 국내에서도 이미 가천대길병원을 비롯해 일부 병원들이 왓슨을 암 환자 진료에 투입하고 있다.
왓슨은 300개 이상 의학 학술지·200개 이상 의학 교과서·1천500만 쪽에 달하는 의료 정보를 활용해 불과 수초 만에 최적의 암 치료법을 제시한다. 이로 인해 암 환자가 굳이 병원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지 않아도 본인에게 적합한 수술법을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편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국내 병원들은 암 진료에 특화한 왓슨을 뛰어넘어 인공지능을 다른 의료 서비스에 새롭게 접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먼저 세브란스병원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질병 예측 서비스 전문성을 높이고, 한국인 맞춤형 데이터를 쌓기 위해 IT·헬스케어 분야 기업 10곳과 공동 연구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또 고려대의료원은 SK주식회사 C&C와 함께 항생제 오남용을 막기 위한 인공지능 개발에 들어갔으며 진료차트를 자동으로 인식해 입력하는 '진료차트 음성인식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경희의료원의 경우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 전부터 퇴원 후 관리까지 모든 궁금증을 24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해소할 수 있는 인공지능 '챗봇'(채팅과 로봇의 합성어)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외 지방흡입 전문 의료기관 365mc는 수술 집도의의 전체 수술 동작을 모션 캡처하고, 이를 다시 인공지능이 분석해 시술의 안전성을 높인 '메일 시스템'(M.A.I.L System·Motion captur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assisted Liposuction System)을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개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인공지능 의료 서비스를 실제 진료현장에서 활용한다면 진찰 및 수술의 정확성이 높아짐은 물론 환자 입장에서 진료서비스의 만족도가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더불어 특허권·서비스 사용료 등을 통해 병원별 새 수익모델 창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은 "이제 막 시작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는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병원별·기업별로 판단이 다르겠지만, 의학·바이오 분야가 4차 산업혁명에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k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