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해야 할 일 즐겁게 합니다"…추석연휴 잊은 산업전사들
당진 현대제철소 추석 연휴 하루 2천200명 근무…"생산라인 멈출 수 없어"
(당진=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추석에 고향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요?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추석을 이틀 앞둔 2일 오전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제2고로(용광로) 현장에서 만난 강종필(31)씨는 연휴에 나와 근무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 뒤 "평소의 200% 에 이르는 임금을 받아 쉬는 날 고향 부모님에게 인사하러 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향이 대구인 그는 결혼 1년 차로 회사 인근에서 아내와 산다.
2고로 기장 김보현(50)씨도 추석 당일 하루만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아 차례를 올린 뒤 곧장 당진으로 복귀한다. 김씨도 이날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장에 나와 일할 예정이다.
강씨와 대화하는 사이 공장 고로에서는 연신 시뻘건 쇳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1만1천800t의 쇳물이 쉼 없이 생산되고 있었다.
이날 당진 현대제철소는 평소처럼 원료 하역부터 제강, 열연, 냉연제품 출하에 이르기까지 전 생산공정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장 안에서는 생산품을 실은 트럭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제철소는 특성상 한순간이라도 멈추면 안 된다.
철광석을 고열에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는 한번 쇳물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중간에 가동을 멈출 수 없다.
공장이 멈춰 용광로가 식어버리면 이 고로는 다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용광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진시 송악면 현대제철소는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915만㎡의 광활한 면적에 세워져 있다.
이 공장 생산직 근로자 대부분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공장에 나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365일 공장 가동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근무 형태가 평소 4조 3교대에서 3조 3교대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날도 제철소 직원 6천500여명 중 34%인 2천200여명이 나와 일하고 있다.
고로에서 제강·열연·냉연 등 여러 공정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며 전 부서가 휴일 근무를 이어갔다. 사무직 직원들도 조를 편성해 근무 중이다.
철근 등을 생산하는 전기로 등은 추석 연휴 설비 가동을 멈추고 보수에 들어가면서 이 부서 직원들도 올해는 추석을 맞아 고향으로 갔다.
공장 내 식당도 근로자들을 위해 풀 가동되고 있었다.
추석 당일 공장에 나와 일하는 직원들은 송편과 나물, 산적 등 차례상과 같은 음식을 먹으며 마음을 달랜다.
특히 평소 같으면 1주일에 한 번 나오던 갈비찜과 닭 튀김 등 특식은 실질적인 연휴 기간인 3일부터 6일까지 제공된다.
이승희 현대제철소 홍보차장은 "생산일정에 따라 고로는 계속 돌아가야 하므로 제철소에서는 '황금연휴'가 큰 의미가 없다"며 "다른 사람들처럼 고향을 찾지는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가족과 회사를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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