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민족 대이동' 시작…긴 연휴 덕 '아직은 여유'(종합)
서울역·고속터미널 등 오후에도 큰 혼잡 없어…퇴근시간대 본격화 예상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최장 10일에 이르는 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다.
연휴가 길어 귀성에 여유가 생긴 덕분인지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은 오전에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귀성이 본격 시작되는 오후로 접어들자 이용객이 다소 늘긴 했으나 아직 크게 붐비지는 않고 있다.
이날 서울역을 찾은 귀성객들은 대합실 의자에 앉아 TV 또는 스마트폰을 보거나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며 열차 출발 시각을 기다렸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길을 나선 가족 단위 승객들도 눈에 띄었다.
고향인 대구로 내려간다는 김모(71·여)씨는 "아들 집에 있다가 며칠 먼저 고향 집으로 내려가 음식도 미리 하고 명절을 준비할 예정"이라며 "이번에는 연휴가 길어 자식·손주들을 오래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설렌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지방에서 올라오는 역귀성객도 있었다. 안수현(59)씨는 "서울에 있는 형님 댁에서 연휴를 보낼 예정으로 올라왔다"며 "이번 추석은 가진 자들이 많이 나누고 베푸는 풍요로운 명절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합실에 승객이 늘어난 것을 기회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조가 역사 내에 들어와 구호를 외치며 선전전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역 관계자는 "연휴 기간이 긴 데다 오늘 근무하는 사람도 있어 귀성이 분산돼 아직은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저녁시간 이후부터 사람이 늘 것으로 보이고, 내일 내려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역시 큰 혼잡은 없는 가운데 큼직한 여행용 가방을 끌고 고향에 가는 귀성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에서 받은 선물세트와 가방을 양손에 든 직장인부터 단출하게 가방을 메고 책을 읽는 학생까지 각양각색 귀성객들이 고향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터미널 내 식당은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려는 이들로 가득했고, 편의점 앞에는 버스에서 먹을 주전부리를 사려는 줄이 늘어섰다.
호남선 대기실에서 만난 직장인 박소리(29)씨는 "고속도로 차가 막히는 게 끔찍이도 싫어서 회사 업무를 일찍 마무리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오전에 터미널로 나와 부산행 버스를 기다리던 직장인 최모(32·여)씨는 "남편이 오늘 휴가를 내지 못해 혼자 먼저 친정으로 출발하려고 한다"면서 "연휴가 길어 모처럼 친정에서 오래 지내다 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터미널 관계자는 "정확한 이용객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지난 설 연휴나 작년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과 비교하면 귀성객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항공편을 이용한 귀성도 시작됐다.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출발장에 도착한 귀성객들은 여행용 가방과 각종 선물세트를 든 채 바삐 걸음을 옮겼다.
두 딸과 함께 울산 시댁에 내려간다는 심모(45·여)씨는 "남편이 오후 늦게 일을 마칠 예정이라 딸들을 데리고 혼잡하지 않은 시간에 먼저 내려가기로 했다"며 "연휴가 긴 만큼 평소보다 여유를 찾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고향을 찾는 대신 긴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는 가족도 있었다.
아들과 딸, 부모까지 여섯 가족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다는 김진영(48)씨는 "모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며 "오랜만의 가족 여행이라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즐겁게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를 이용하는 귀성객들도 인천항 등 연안여객터미널에서 고향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교통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날부터 연휴가 끝나는 내달 9일까지 전국 예상 이동 인원은 3천717만명으로, 작년 추석(3천539만명)보다 5.0%(178만명)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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