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양심작가' 마쓰다 도키코 유족, 징용피해자 묘소 참배
광주 5·18묘지 문병란 시인·김혜옥 할머니 묘소 찾아 과거사 성찰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일제강점기 한인 징용자 생매몰사고 진상규명에 앞장선 일본 양심작가 마쓰다 도키코(松田解子·1905∼2004)의 유족이 6일 광주를 찾아 징용피해자 묘소를 참배했다.
작가의 큰 딸 하시바 후미코(橋場史子)는 마쓰다 도키코회 회장인 일본 문학평론가 사와다 아키코(澤田章子)와 함께 이날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했다.
이들은 징용피해자이자 5·18 유공자인 김혜옥 할머니 묘소, 고인의 저서 '하나오카 사건 회고문' 한글판 서문을 지은 문병란 시인 묘소를 잇달아 참배했다.
하시바 후미코는 김혜옥 할머니 묘소 앞에서 무릎 꿇고 "직접 징용피해자 묘를 참배해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작가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간직했던 과거사 성찰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일행은 문병란 시인 묘소에서는 "이렇게 참배 기회를 얻게 돼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5·18묘지 참배에 앞서 작가를 국내에 알린 김정훈 전남과학대 일문학 교수와 면담하고 마쓰다 도키코회 회보 내년 신년 호에 실을 대담록 자료를 모았다.
하시바 후미코 등과 김 교수는 작가 작품이 한일관계에 시사하는 바와 한글번역본 출판 의의 등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마쓰다 도키코는 일제 패망을 앞둔 1945년 일본 아키타현 오다테시 하나오카광산에서 한인 11명과 일본인 11명이 갱도 내부 붕괴로 매몰당한 사건을 규명했다.
사고 후 광산에는 중국인 포로 986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가혹한 노동과 학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봉기했다가 481명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하나오카 사건은 2000년 도교 고등재판소 판결로 가해 주체였던 가시마구미건설이 피해자 대리자인 중국적십자회에 5억 엔을 내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중국인 학살에 앞서 생매몰당한 한국인 징용피해자 11명의 유골발굴과 보상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매몰 책임자 측인 도와광업은 갱도를 노천채굴터로 개발해 유골을 훼손하고 그곳을 메워 유원지로 조성했다.
작가는 '하나오카 사건 회고문'을 통해 한인 징용자 매몰 진상규명에 나섰다. '땅밑의 사람들', '어는 갱도' 등 작품으로 일제 전쟁범죄를 성찰했다.
2004년 99세를 일기로 타계한 작가는 97∼98세의 노구를 이끌고 이라크전쟁 파병 반대 등 평화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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