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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는' 비야누에바,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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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는' 비야누에바,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출국

화려한 이력의 전직 빅리거, KBO리그에 대한 존중으로 사랑받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투수 교체를 직감한 한화 이글스 포수 최재훈(28)은 마운드 근처에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존경과 감사를 담은 인사였다.

비야누에바는 최재훈과 진한 포옹을 하고, 윤학길 투수 코치와 악수를 했다.

마운드를 내려가던 중에는 1루 홈팬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2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 비야누에바는 가슴 뭉클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날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 비야누에바는 6⅔이닝을 3피안타 3실점(2자책)으로 막았다.

팀이 4-7로 역전패하며 승리도 날아갔지만, 한화와 비야누에바가 나눈 작별 인사는 긴 여운을 남겼다.

비야누에바는 29일 오전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떠난다. 둘째 출산이 임박했고, 비야누에바는 한화의 배려로 조금 일찍 출국하기로 했다.

비야누에바는 올 시즌 5승(7패)만을 챙겼다. 20차례 등판에서 13번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달성했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부상 후 흔들리면서 평균자책점도 4점대(4.18)로 올랐다.

부상으로 4번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총 76일 동안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비야누에바는 부상 공백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하지만 비야누에바가 남긴 것은 참 많았다. 비야누에바는 한화 선수단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포수가 외국인 투수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비야누에바는 한화 선수들의 좋은 롤모델이었다.






그가 쓴 '야구 일기'는 한화 선수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비야누에바의 일기에는 KBO리그의 인프라, 더그아웃 문화, 구단 운영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비야누에바는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임원 출신이기도 하다. KBO리그로 온 지금도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와 연락을 취한다.

그는 리그의 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 페이퍼 워크에도 능하다. 한국행을 택한 배경에도 '타 리그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비야누에바는 낯선 KBO리그의 문화에 대해 한국 선수들에 묻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재훈은 "비야누에바가 등판을 준비하고 경기를 치르는 모습을 보며 '정말 큰 선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비야누에바는 2006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11년 연속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개인 통산 476경기 998⅔이닝 51승 55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4.27을 올렸다.

2013년 시카고 컵스와 2년 총 1천만 달러의 FA 계약을 한 적도 있다.

이렇게 화려한 이력을 갖춘 선수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동료에 실망감을 안기곤 한다.

하지만 비야누에바는 KBO리그를 존중하는 겸손함과 동료를 감싸는 이해심, 그라운드 위에서는 승리를 갈망하는 프로 정신으로 한화 선수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한화는 비야누에바와 재계약을 원했다. 하지만 비야누에바는 현역 은퇴도 고민 중이다.

한화와 비야누에바의 인연은 다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비야누에바는 오래 기억될 추억을 남겼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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