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사각지대' 강화 목숙마을…수년째 악취·분진 고통
6년 새 폐암 사망 4명·30% 이상 폐 질환…강화군, 해결책 '전무'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 강화도의 한 산업단지 인근 마을 주민들이 수년째 악취와 분진에 시달리면서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2007∼2013년 이 마을에서만 폐암 사망자 4명이 발생했지만, 강화군은 현재까지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8일 강화군에 따르면 하점면 하점지방산업단지 인근 목숙 마을 주민들은 올해 들어 "공장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등의 민원을 10여 차례나 제기했다.
15년 전 소규모 공장 난립을 막기 위해 강화군이 조성한 하점산단(5만8천㎡)에는 당초 15곳의 업체가 입주했지만, 올해 9월 현재는 섬유 염색 공장, 타이어 재생 공장, 해충 약 제조 공장 등 7곳으로 줄었다.
25가구 주민 50명이 사는 이 마을의 환경 오염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건 2010년께부터다.
2007년부터 6년간 이 마을 주민 4명이 폐암으로 사망하자 주민들은 마을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인근 산업단지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강화군은 2013년 인하대와 함께 역학조사를 벌여 산단 내 공장에서 배출한 대기 오염 물질과 암 발병 간의 인과 관계 가능성을 확인했다.
당시 조사에서 이 마을 경로당 주변의 분진 농도는 인천 시내 주거 지역 평균 분진 농도의 6배인 108.64㎍/㎥로 측정됐다. 토양 중금속 농도 역시 평균치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인하대 측은 조사 대상 주민 36명 중 12명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고, 발병 소지가 있는 보균자가 16명에 달하는 점 등을 고려해 산단과 주민들의 암 발병이 연관성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강화군은 이후 건강에 이상이 있는 주민은 1년에 1차례, 그렇지 않은 주민은 2년에 1차례씩 검진을 받도록 할 뿐 아무런 대책도 마련치 못하고 있다.
주민이나 공장의 집단 이주 방안까지 거론됐지만, 강화군은 비용 문제 등으로 실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올해 건강 검진에서는 대상자 34명 중 암 발병 주민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증도 폐 질환자는 작년 6명에서 올해 7명으로 늘었다.
마을 주민들은 "그나마 지금은 공장이 줄어 이전만큼 피해가 심하지는 않다"며 "목숙 마을과 산단 가운데 한쪽이 이주하지 않는 이상 주민건강은 계속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강화군은 올해 6천450만원을 들여 주민들을 전수 조사하고, 건강에 이상이 있는 주민에게는 진료비 전액을 지원할 방침이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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