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최초 韓디자이너 이정현 "여백의 미, XC60에 녹여"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아름다움은 한국의 여백의 미와 마찬가지로 덜어냄과 비움에 있습니다. 더 뉴 XC60에는 이런 요소가 많이 표현됐다고 생각해요."
8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돼 돌아온 볼보의 베스트셀링 모델 더 뉴 XC60의 외장 디자인을 주도한 이정현(38)씨는 26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출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볼보 최초의 한국인 디자이너다. 현재 스웨덴 본사에서 약 20명 규모의 외장 디자인팀 선임 디자이너로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한국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나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스웨덴 유학길에 올랐고, 2010년 볼보와 인연을 맺었다.
이씨는 이번에 30여명의 다른 볼보 디자이너들과 경쟁한 끝에 2세대 XC60의 메인 디자인을 맡게 됐다.
그의 평소 자동차 디자인 철학은 '라곰'(lagom)이다. 라곰은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알맞은 정도를 뜻하는 스웨덴 말이다.
더 뉴 XC60에도 이런 디자인 철학이 그대로 담겼다.
이씨는 "스칸디나비아 감성을 녹이면서도 60시리즈인 만큼 역동적이고 우아한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특히 유행에 너무 민감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차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더 뉴 XC60의 외관은 T자형 헤드램프, 입체적인 세로형 그릴과 리어램프 등을 적용해 디자인 면에서 디테일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보닛부터 시작해 후면부로 갈수록 상승하는 벨트 라인, 후면부의 날렵한 캐릭터 라인, 속도감을 표현하는 루프 라인과 D필러 등은 최소한의 선을 사용해 역동적이고 강인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씨는 "와이퍼는 물론 밖으로 노출되지 않는 부분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전체적인 디자인을 모두 신경 썼다"면서 "열심히 노력한 만큼 결과물이 완벽하게 나와 아쉬운 점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씨는 1세대 XC60을 처음 봤을 때 한국의 '활'을 떠올렸다면서 이번 2세대를 디자인할 때에도 한국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디자인을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 잘 팔리길 바라는 마음에 제가, 제 아버지가, 제 친구들이 타고 싶어 할 차가 무엇일지를 고민했다"며 "스웨덴 브랜드의 감성과 한국적 감성을 잘 섞은 디자인이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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