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황동혁 감독 "380년전 과거 통해 현재를 고민하길"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김훈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남한산성'이 영화로 재탄생해 25일 첫선을 보였다.
황동혁 감독은 이날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소설 '남한산성'을 처음 읽었을 때 380년 전 역사와 현재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많은 분이 영화를 통해 과거를 되새기면서 현재를 돌아보고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달 3일 개봉하는 '남한산성'은 1636년 병자호란 때 청나라 대군을 피해 인조와 신하들이 남한산성에 고립된 채 보냈던 47일을 그린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청과의 화친을 통해 후일을 도모하려는 주화파 최명길과 청에 끝까지 맞서 대의를 지키고자 하는 척화파 김상헌의 첨예한 대립, 강대국의 압박에 무력한 조정, 고통받는 민초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황 감독은 "이 영화를 처음 기획하고 만들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반도에 많은 일이 벌어지고 한국을 둘러싼 정세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처럼 지금도 380년 전 역사와 현재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것이 한반도가 처한 지정학적 운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07년 '마이 파더'로 데뷔한 황 감독은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도가니'(2011)와 '수상한 그녀'(2014)를 잇따라 히트시킨 바 있다. 사극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영화의 각본도 직접 쓴 그는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한 구절 한 구절이 온 마음으로 다가와서 시작하게 된 작품"이라며 "원작 소설에서 영화에 가장 담아내고 싶었던 부분은 최명길과 김상헌이 벌인 논쟁과 사상적·철학적 대립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시처럼 느껴지는 두 신하의 논쟁과 말이 주는 멋스러움을 충분히 영화의 대사들로 살리고 싶었다"며 "굉장히 아름답고 철학적인 말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내는 에너지와 울림이 이 영화의 백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소설을 토대로 하지만 소설과 다르게 각색된 부분들도 있다. 척화파인 김상헌이 자살하는 장면도 소설이나 실제 역사와는 다른 부분이다.
황 감독은 "김상헌이 실제 역사에서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죽음에는 이르지 않는다"며 "그가 자살에 성공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삶을 보면 그것이 그에게는 죽음을 상징하는 것과 다를 것 없는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에는 영화 '마지막 황제'로 동양인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곡상을 받은 일본의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감독이 참여했다.
황 감독은 "류이치 사카모토가 참여했던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같은 느낌의 영화를 만들고 싶어 그를 섭외했는데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며 "뉴욕에 사는 그와 매일 이메일로 음악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우여곡절 끝에 나온 영화 음악"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출연진도 눈길을 끈다.
이병헌이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 역을, 김윤석이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 역을 맡아 불꽃 튀는 논쟁을 벌이며 연기 대결을 펼친다. 양쪽으로 나뉜 신하들 사이에서 고뇌하는 우유부단한 인조 역은 박해일이 연기했다. 격서 운반의 중책을 맡은 대장장이 서날쇠 역은 고수가, 혹한 속에서 묵묵히 남한산성을 지키는 수어사 이시백 역은 박희순이 맡았다.
세 번째로 사극에 도전한 이병헌은 "전작 '광해, 왕이 된 남자'나 '협녀'처럼 픽션이 가미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역사와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고증에 따라 연기하려고 했다"며 "각기 개성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하루하루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명길과 김상헌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소신과 철학이 다른 두 충신"이라며 "어느 누구에게도 치우치기 힘들 정도로 옳은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의 소신을 보면서 관객들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궁금하다. 여기에 포인트를 두고 본다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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