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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정상에 소환된 26년전 '가을아침'…아이유 등 리메이크 바람

방탄소년단·레드벨벳·소유 등 1980~90년대 노래 리메이크

곡의 생명력 불어넣어 세대 연결…"원곡 DNA 살린 재해석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26년 전 노래가 올가을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아이유의 '가을 아침'이다.

'딸각딸각 아침 짓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엉금엉금 냉수 찾는 그 아들의 게으름이/ 상큼하고 깨끗한 아침의 향기와/ 구수하게 밥 뜸 드는 냄새가 어우러진~'('가을 아침' 중)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만든 '가을 아침'은 양희은이 데뷔 20주년이던 1991년, 불혹의 나이에 발표한 앨범 '양희은 1991'의 동명곡이 원곡이다.

그 시절의 향수 어린 노랫말은 지금 시대와 거리감이 있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정서는 아이유의 청아한 음색을 타고 다시 통했다. 세계적인 아이돌로 성장한 방탄소년단의 신곡 'DNA'도 차트에서는 이 노래를 저지하지 못했다.

3년 전, 첫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에서 조덕배, 산울림, 김광석, 김현식, 이문세 등 선배들의 명곡을 골랐던 아이유는 '꽃갈피 둘'을 발표하면서 첫 곡으로 '가을 아침'을 꺼내놓았다. 이 앨범에는 정미조, 소방차, 김건모 등 1970~90년대 곡들이 선곡됐다.

비단 아이유만이 아니다. 최근 옛 감성을 되살리는 1980~90년대 곡들이 젊은층에 친숙한 음색으로 다시 불리고 있다.





◇ 방탄소년단·레드벨벳·소유·신현희와김루트, 잇단 리메이크

방탄소년단은 지난 7월 서태지와아이들의 대표곡 '컴백홈'(Come back home)을 리메이크했다. 데뷔 25주년을 맞은 서태지가 자신의 대표곡을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어반자카파, 크러쉬, 윤하 등의 후배들이 그의 명곡을 다시 불러 공개했다.

올해 '빨간 맛'으로 인기를 누린 걸그룹 레드벨벳은 지난달 윤종신의 5집 '우'(1996)의 타이틀곡 '환생'을 발표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협업 음악 웹예능 '눈덩이 프로젝트'에서 작업한 곡이다. 레드벨벳은 랩 파트를 추가해 사랑에 빠진 설렘을 경쾌하게 표현했다.






제주 출신 소유는 이달 '제주도의 푸른 밤'을 재해석했다. 이 곡은 1988년 들국화 출신 최성원의 1집 타이틀곡으로 성시경, 태연 등 이미 여러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됐다. 브라더수가 편곡한 소유 버전은 담백한 음색을 살리면서 원곡의 편안하고 여유로운 정서를 그대로 옮겨왔다.

싱어송라이터 진보도 한국의 명곡을 R&B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 앨범 'KRNB2'을 진행하면서 이달 김현식의 '그대와 단둘이서'를 공개했다. 빛과소금의 장기호가 작사·작곡해 김현식이 부른 1986년 곡을 진보와 박재범이 함께 불렀다. 관현악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달콤한 둘의 하모니가 녹아들었다.

연초 '오빠야'로 차트에서 반향을 일으킨 혼성 듀오 신현희와김루트는 공일오비(장호일, 정석원)가 1991년 발표한 2집 수록곡 '친구와 연인'을 다시 불러 29일 공개한다. 이들은 데뷔 27주년을 맞은 공일오비가 자신들의 곡을 리메이크하는 앨범에 첫 주자로 참여했다.

공일오비의 소속사 측은 25일 "공일오비가 신현희와김루트에게 최적화한 편곡을 했다"며 "이 곡을 처음 접한 분들에게는 새로움을, 원곡을 사랑한 분들에게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 좋은 리메이크는 세대 연결…"원곡 DNA 살리면서 이질감 없어야"

리메이크는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음악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1997년 카니발(김동률, 이적)이 원곡인 '거위의 꿈'(2007)을 인순이가 다시 불러 큰 사랑을 받았듯이 원곡보다 히트한 경우도 있다. 이문세의 대표곡인 '붉은 노을'(1988)을 이문세의 노래라고 하면 옛사람, 2008년 이 곡을 새롭게 부른 빅뱅의 노래라고 하면 요즘 사람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옛 노래가 지금의 가수들을 통해 환기돼 생명력을 얻으면, 세대와 세대의 연결고리가 된다. 원곡 세대에는 추억을 소환하고, 지금 세대에는 신선함을 안겨줘 세대가 같은 음악을 공유하게 된다.

아이유의 '꽃갈피 둘' 멜론 감상평에도 "저희 아버지가 50대이신데 이번에 나온 노래를 들려드렸더니 감상에 젖으셨다", "노래 너무 좋아서 엄마에게 앨범 전체 추천해드림. 부모님 세대는 다 아실 노래라 생각…"이란 글이 올라왔다.

물론 리메이크는 과거 대중성이 입증된 곡들이기에 어느 정도 흥행을 담보한다는 측면이 있지만, 아이유 같은 반향은 그의 독보적인 음원 파워 덕이 크다.

실제 드라마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까지 수없이 쏟아지는 리메이크곡들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지난 수년간 각종 음악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과거곡이 다시 불렸지만 경연의 특성상 원곡이 과도하게 해석돼 매력을 반감시킨 노래도 다수였다.

자신의 대표곡을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여 주목받은 프로듀서 박근태는 "좋은 리메이크는 원곡의 감정을 우선시하면서 그 곡을 다시 대하는 현시대 사람들과 이질감이 없어야 한다"며 "세련된 사운드, 음악적인 해석뿐 아니라 원곡이 가진 DNA를 중요하게 재배열하는 것이 좋은 리메이크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mim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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