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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1년 맞은 공연계…"최대 위기" vs "티켓값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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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1년 맞은 공연계…"최대 위기" vs "티켓값 정상화"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오는 28일 시행 1주년을 맞는 가운데 공연계는 실제 크게 위축된 기업들의 협찬에 발을 동동 굴렀다.

특히 공연 기획·제작비의 많은 부분을 기업 후원에 의존했던 클래식 업계가 청탁금지법의 직격탄을 맞았다.

공연 기획사들은 제작비가 많이 드는 해외 일급 오케스트라 유치가 어려워졌다며 울상이었지만, 일각에서는 초대권이나 공짜 티켓 위주로 굴러가던 공연계 체질 개선의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여전했다.

◇ 협찬에 몸 사린 기업들…클래식 기획사 "'특A급' 공연 빈도 줄어"

24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지난 1년간 대형 클래식 공연에 대한 협찬을 눈에 띄게 줄였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김영란법 이후 협찬에 확실히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작년 정치적 불안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까지 겹쳐 기업들의 메세나(문화예술 후원) 분위기가 더 냉각됐다"고 전했다.

그간 대형 클래식 공연에서 기업 협찬은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돼왔다.

제작 비용 자체가 워낙 높아서 일반 티켓 판매로만 충당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유명 해외 오케스트라의 이틀 일정 내한 공연을 기획하는 데에는 10억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당 5억원 정도의 제작비가 드는 셈인데 이를 티켓 유료 판매로만 충당하려면 콘서트홀 2천500석 전부를 20만원에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공연 기획사들은 대기업과 스폰서 계약을 맺고 후원금으로 공연 제작비의 일부를 메워왔다. 반대로, 기업들은 협찬 비용의 30~50%를 티켓으로 요구해 이를 고객 초청이나 거래처 접대 등에 활용했다.

그러나 초대권을 받는 이들 중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상당수 포함될 수 있고, 이 때문에 티켓 제공이 자칫 법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기업들이 지난 1년간 돈줄을 죄게 된 것이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도 "공연을 보수적으로 기획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며 "예전처럼 대형 계약을 '지르고', 나중에 협찬으로 제작비를 충당하는 방식을 고려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미리 1~2년 전에 라인업을 짜두는 공연계 특성상 갑작스러운 '공연 절벽'이 발생하진 않겠지만, 확실히 대형 클래식 공연 횟수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내년만 해도 이른바 '특A급' 오케스트라의 내한 빈도가 올해 같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실제 기업들의 답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메세나협회가 지난 3~5월 414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으로 작년 하반기 메세나 활동에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 기업의 23.8%가 "관련 지출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고 답했다. "올해 지출금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답변도 17.7%를 차지했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클래식 등 순수예술 분야는 기업 후원이나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라며 "법 적용이 과도할 경우 문화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대중공연 및 뮤지컬 업계는 예상보다 청탁금지법 영향을 덜 받는 분위기다.

한 뮤지컬 업계 관계자는 "뮤지컬이나 대중공연의 경우 기업들이 티켓을 단체로 사 가도 대부분 자사 고객 행사 혹은 '1+1 티켓' 이벤트에 소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청탁금지법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며 "아직 큰 영향은 느끼지 못하지만, 추이를 잘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 가성비 좋은 단체 초청·티켓값 거품 빼기…자구책 마련 '분주'

공연계는 기업 협찬 위축이라는 위기 상황을 맞아 제작비를 낮추고 유료 티켓 판매 비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시도가 기업 협찬이 필수적인 덩치 큰 공연 대신 작고 손익 구조를 맞추기 쉬운, 이른바 '가성비 좋은' 오케스트라를 찾는 것이다.

한 대형 클래식 기획사 관계자는 "국내에 아직 덜 알려졌어도 수준이 높은 오케스트라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서울에서 한두 차례의 공연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방 공연도 많이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 전반적인 제작비를 낮추는 방향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주머니만 쳐다보지 않고 일반 관객의 유료 판매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시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형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기업 단체 판매를 위해 쏟았던 노력을 일반 판매 쪽에 돌려 보려고 한다"며 "연주자는 레퍼토리(연주곡)를 조금 더 대중적으로 설정하고, 홍보 채널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달 공연하는 핀란드 명문 악단 라티 심포니의 경우 티켓 값을 최고 4만원대로 책정해 이목을 끌고 있다.

10월 24~2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라티 심포니 내한 공연의 티켓 값은 R석 4만8천원, S석 2만4천원이다.

주최 측인 서울국제음악제는 "오래전부터 더 많은 관객이 즐길 수 있는 합리적인 티켓 가격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왔다"며 "부족한 제작비는 '티켓 교환'이 없는 기업들의 순수 후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공연계에선 당분간은 위축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질 개선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공짜 티켓 남발 관행, 과도하게 비싼 티켓 등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한 소형 클래식 기획사 대표는 "안 그래도 어려운 공연계에 청탁금지법이 또 다른 위기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기업들이 협찬 대가로 과도하게 티켓을 요구하는 문화, 공짜 티켓 소지자들이 객석 대부분을 채우는 풍경은 이를 계기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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