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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그노벨상 수상 日 연구진 "암수역전곤충 발견" 논문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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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그노벨상 수상 日 연구진 "암수역전곤충 발견" 논문 화제

진화생물학·젠더론 등 다른 분야 세계 논문에 잇따라 인용돼

수상자 "암수 생식기에 관한 사전의 설명, 모두 시대에 뒤처지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괴짜 노벨상'으로 불리는 올해 이그노벨상 생물학 부문 수상자인 요시자와 가즈노리(吉澤和?)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학 교수의 "세계 첫 암수 생식기 역전생물 발견"이 세계 여러 나라 과학자의 논문에 잇따라 인용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요시자와 교수 자신이 "수컷의 생식기는 수컷의 것이라고 쓰여있는 전 세계의 사전은 모두 시대에 뒤처지게 됐다"고 단언했을 만큼 암수에 관한 기존 관념을 깨는 획기적(?) 발견이기 때문이다.

이그노벨상은 '있을 것 같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라는 말과 노벨이 합쳐진 말로, 1991년 처음 제정돼 올해로 27번째를 맞았다.

하버드대 과학 유머잡지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 주최로 지난 15일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 시상식이 열려 커피잔을 들고 걸을 때 커피를 쏟는 현상을 연구한 한국인 한지원 씨가 유체역학 부문 상을 받기도 했다.

요시자와 교수 연구팀이 발견한 암수역전 곤충은 세계 어디서나 흔한 다듬이벌레다. 일반 가정에서도 조금 습한 곳에 과자 같은 걸 놓아두면 몰려들기도 한다.

NHK에 따르면 연구팀이 브라질의 동굴 속에서 발견한 다듬이벌레는 암컷이 수컷 같은 생식기를, 수컷의 경우엔 그 반대의 생식기를 갖고 있다. 암수역전이 확인된 세계 첫 사례다.

곤충은 보통 수컷이 암컷의 위에 올라타고 교미를 한다. 그런데 브라질에서 발견된 동굴 다듬이벌레는 거꾸로다.




교미순간을 찍은 위 사진에서 상식적으로는 왼쪽이 암컷, 오른쪽이 수컷인 게 일반적이지만 이 사진에서는 생식기를 상대의 몸속에 넣고 있는 오른쪽이 암컷, 그걸 받아들이고 있는 왼쪽이 수컷이다.

이런 암수역전이 일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연구팀은 동굴이라는 서식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동굴은 외부의 빛이 들어오지 않아 곤충의 먹이가 극히 제한된 공간이다. 브라질의 동굴에서 발견된 암수역전 다듬이벌레는 4종류다. 자세히 조사해 보니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교미할 때 암컷이 수컷에게서 정자뿐 아니라 다량의 영양분도 빨아들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미시간은 길 때는 70시간이나 걸렸다. 이 사이에 암컷은 정자뿐만 아니라 체내에 축적한 영양분도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이가 적은 가혹한 환경의 동굴 속에서 영양분을 얻는 것은 아주 소중한 기회다.

연구팀은 "영양분을 제공해줄 수컷을 놓고 경쟁하다 보니 암컷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돼 수컷과 암컷의 생식기 역전현상이 생긴 게 아닌가" 보고 있다.

세계 첫 발견이라고는 하지만 연구팀의 요시자와 교수는 "누구라도 같은 발견을 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구상의 곤충 가운데 버젓이 이름이 붙여진 건 10~20%에 불과하다. 아직 큰 발견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다듬이벌레도 곤충학자들이 무시해온 존재였다.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곤충이다 보니 아예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물의 수컷과 암컷의 차이는 오래됐지만 새로운 명제다.

NHK는 수컷 공작의 아름다운 날개와 수사슴의 큰 뿔 같은 형질은 수컷끼리의 경쟁과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생겨났다는 19세기 다윈의 진화생물학에서부터 남녀의 사회적 역할의 차이를 생각하는 젠더론에 이르기까지 요시자와 교수 연구팀의 연구성과가 다양한 과학자의 논문에 인용되면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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