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기숙학교 화재 참사는 방화…학생 용의자 7명 체포
"학교 내 괴롭힘 있었다"…무등록 사립 종교학교 안전문제 부상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지난 14일 발생한 말레이시아 기숙학교 화재 참사는 같은 학교 학생들이 저지른 방화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당국은 10대 용의자 7명을 붙잡아 학내 괴롭힘 여부 등 방화 원인을 조사 중이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 학교 11∼18세 학생 7명을 용의자로 붙잡았다.
아마르 싱 쿠알라룸푸르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용의자들이 방화 의도를 갖고 있었다"며 "살인혐의가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새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다툭 크마랏 거리에 있는 '푸삿 타흐피즈 쿠란 이티파키야' 이슬람 기숙학교 3층에서 불이 나 6∼16세 학생 21명과 교사 2명이 숨졌다.
사고 직후 경찰은 전기합선이나 모기퇴치장치 등의 결함에 무게를 두고 원인을 조사해왔으나, 용의자들이 붙잡히면서 살인 혐의로 수사 방향을 틀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용의자들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7명 중 6명이 마리화나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생존자들은 가스통 2개에서 시작된 불길을 봤다고 전했고,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용의자들을 특정했다.
경찰은 이들이 기숙사 주방에 있던 가스통을 건물 꼭대기 층으로 가져와 불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당시 3층짜리 기숙사의 유일한 출구는 불길로, 창문은 철창으로 막힌 상태였다.
사고 이후 말레이시아에서는 '타피즈'라 불리는 무등록 사립 종교학교의 안전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의 60% 이상이 무슬림인 말레이시아에서 많은 무슬림 부모들이 경전인 코란을 가르치기 위해 아이들을 타피즈로 보낸다. 이곳은 교육 당국의 감독에서 벗어나 있으며 안전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참사가 발생한 학교 역시 소방안전 인증을 비롯해 필요한 운영허가권을 갖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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