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지하철 폭발테러에 테러경보등급 최고로 격상
군인들 긴급투입으로 시내 배치 무장경찰 1천명으로 확대
런던경찰청 "용의자들 추적중"…IS "우리 소행" 주장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정부가 15일(현지시간) 29명이 다친 런던 지하철 사제폭발물 테러 사건이 발생한 지 12시간여 만에 테러경보 단계를 두 번째로 높은 '심각'(Severe)에서 최고 단계인 '위급'(Critical)으로 격상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이날 오전 긴급 안보회의를 열어 '심각' 단계인 테러경보를 유지하되 등급 변경 여부를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등급 격상 조치를 내렸다.
등급 격상은 경찰이 용의자들을 추적하는 한편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나왔다.
메이 총리는 등급 격상에 따라 일반인들이 접근 불가한 주요 보안시설들에서 보안을 맡은 무장경찰들을 군인들이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런던경찰청은 군병력 지원에 힘입어 나라 전체에 걸쳐 대중 교통망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들에 투입된 무장경찰이 약 1천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시민들은 교통망과 거리에서 더 많은 무장경찰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는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을 더욱 안심시키고 테러로부터 보호하는 적절하고 합리적인 조치"라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5월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 직후에도 테러경보 등급을 '심각'에서 '위급'으로 격상했다가 사흘 뒤 다시 낮춘 바 있다.
이번 폭발물 테러 사건을 수사 중인 런던경찰청 마크 로울리 부청장은 "용의자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관 수백 명이 용의자를 찾기 위해 CCTV를 샅샅이 살피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현지 스카이뉴스는 경찰이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지만, 경찰 당국은 이 보도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로울리 부청장은 수사관들이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폭발물은 지하철에서 터진 하나라고 언급해 연쇄 폭발 테러가 계획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또 용의자들 검거 작전의 비밀성을 이유로 용의자들 신원에 관한 언급을 거부했다.
IS는 이날 오후 자신들의 선전기구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이번 테러의 배후임을 자처했다.
하지만 로울리 부청장은 "용의자들과 사전에 접촉했는지와 상관없이" IS가 테러 배후를 자처하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라고 말해 IS의 소행으로 섣불리 단정하는 것을 경계했다.
유럽에서 발생한 테러 가운데 IS가 테러 배후를 주장했지만, 수사 결과 테러범과 IS 사이에 직접적 연계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날 오전 8시20분께 런던 남부 파슨스 그린 지하철역에 정차한 지하철 열차의 출입문이 열린 직후 마지막 객차 출입문 바로 안쪽에 있던 사제폭발물이 터져 29명이 다쳤다. 부상자 대부분은 화상을 입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목격자들은 놀란 승객들이 역사를 탈출하려고 뛰쳐나가 엉키는 과정에서 다친 사람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다행히 생명이 위독한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사제폭발물이 제대로 터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고 메이 총리는 "심각한 희생을 의도한" 테러였다고 밝혔다.
런던경찰청은 이 사건을 테러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테러는 올해 들어 영국에서 5번째 발생한 테러로 기록됐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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