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자치경찰제 도입해야 진정한 지방분권 완성"
연합뉴스와 인터뷰…"행안-법무부 '검·경 수사권' 조정안 근접"
재정분권 위해 지방소비세율 인상·지방소득세 확대 추진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이태수 기자 =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17일 "자치경찰제를 도입해야 진정한 지방분권이 완성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취임 이후 연합뉴스와 가진 첫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자치경찰제는 경찰 조직이 엄청난 '자기변화'를 통해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국가 경찰제'가 방범과 생활안전 등 밀착형 민생치안서비스 제공 등에서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지역마다 치안수요가 다르기 마련인데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경찰 조직으로는 지역민 요구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 특성과 주민 요구에 부합하는 치안서비스를 위해 자치경찰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게 김 장관이 내린 처방전이다.
김 장관은 "(자치경찰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경찰도 내부적으로 스스로의 안을 내놓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치경찰제와 함께 추진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는 "행안부와 법무부의 조정안은 내용상으로 상당히 접근한 부분이 많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경찰개혁위원회에 참여한 교수들을 중심으로 하고, 필요하면 국회의원까지 가담해 조정안을 만들면 일이 더 빨리 진행될 것"이라며 검·경의 수사권 조정 논의에 학계와 정치권이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난달 중순 여름 휴가를 떠났던 김 장관은 휴가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경찰청을 소관하는 행안부 장관으로서 경찰 지휘부에서 벌어진 초유의 SNS 게시글 삭제지시 논란 때문이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작년 11월 촛불집회 당시 광주지방경찰청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민주화의 성지, 광주' 문구를 문제 삼아 강인철 당시 광주청장(현 중앙경찰학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질책하고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자 양측은 사실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경찰 최고위직 간 진실공방이라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그는 휴가에서 복귀하자마자 경찰청을 찾았다. 김 장관과 경찰 지휘부가 손을 잡고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는 장면은 TV로 생중계됐다. 이후 SNS 게시글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김 장관은 "문제를 조정하고 국민께 사과하자는 생각만 가지고 경찰청으로 갔지만 전국의 경찰 고위간부가소집된 자리에서 국민 정서를 의식해 좀 더 세게 (사과)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저와 그분들(경찰 지휘부)을 고용한 국민께서 봤을 때 용서를 안 하면 소용없는 일이 아니겠냐"며 거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자치경찰제 도입 등 경찰 개혁 과제와 함께 김 장관이 가장 많이 정성을 쏟고 있는 정책 분야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다. 이 두 단어는 장관 취임 이후 90여 일간 그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던 말이기도 하다.
김 장관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바탕이 되는 '재정 분권'을 추진하기 위해 현행 8대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장기적으로 6대4로 개선하겠다는 밑그림을 내놨다.
그 첫 단계로 지방소비세율 인상과 지방소득세 확대 등을 추진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3으로 우선 조정하겠다고 김 장관은 밝혔다.
현행 부가가치세의 11% 수준인 지방소비세율은 20%로 인상하고, 지방소득세율도 2배로 확대한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추진안대로라면 지방소비세로는 6조4천억원, 지방소득세로는 13조1천억원이 걷혀 총 20조원 가량의 지방재정 확충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간 세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지방교부세율 인상, 지역 간 공동세 도입, 지역상생발전기금 확대·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방분권 실행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조정실 내에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할 예정"이라며 "재정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연내에 '지방재정 분권 종합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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