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부족 日, 맥주4사 공동배송…'적과 동침' 확산일로
물류비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 줄여…의류업계로 확산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손부족이 심각한 일본에서 4대 맥주회사가 힘을 합한 공동배송이 동종업계는 물론 다른 업종까지 확산일로라고 한다.
1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사히, 기린, 삿포로, 산토리 등 일본 맥주 4사는 전날부터 홋카이도 일부 지역에서 상품 공동배송을 시작했다. 라이벌 4개사가 손을 잡고 공동배송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운송업계는 일손부족이 특별히 심각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배송 협업체제 구축은 식품은 물론 의류 등의 다른 상품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12일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JR삿포로화물터미널역에서는 맥주 4사의 상품이 같은 화물열차의 컨테이너에 적재됐다.
출발식에서 삿포로맥주 물류담당자는 "확실한 물류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기업 간 장벽을 뛰어넘어 유연한 발상으로 대처해가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공동배송을 위해 각사는 맥주나 주류, 청량음료 등 공장 등에서 삿포로 시내에 있는 창고로 운반한 뒤에 상품을 철도나 트럭에 공동으로 실어 수백㎞ 떨어진 구시로·네무로 지구 도매상까지 수송한다.
공동배송 대상은 홋카이도 전체에서 운반되는 4사의 화물 가운데 5~10% 정도다. 그 가운데 60% 정도는 트럭에서 철도 배송으로 전환된다.
4사를 합하면 연간 약 800대의 트럭 운행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8% 줄일 수 있다. 이것도 격렬하게 경쟁해 온 일본 4대 맥주사가 손을 잡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저출산이나 맥주 외면 현상이 심화하면서 일본 맥주시장이 축소되는 흐름에서 아사히홀딩스 고지 아키요시 사장은 "지금은 경쟁과 협력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대 경쟁 상대인 아사히와 기린은 2011년부터 도쿄 등 수도권에서 공동배송을 개시했다. 2015년에는 삿포로도 가세했고, 올 1월에는 아사히와 기린이 호쿠리쿠(北陸)에서 공동배송을 시작했다.
업계를 뛰어넘은 공조도 있다. 산토리홀딩스와 닛신(日淸)식품은 6월 무거워서 겹쳐 싣기 어려운 음료 위에 가벼운 인스턴트 라면을 적재한 트럭 공동배송을 홋카이도 오비히로지구에서 시작했다.
개별적으로 운반하는 것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5% 줄일 수도 있다. 작년 4월에는 아지노모토와 가고메 등 대형 식품업체 6사가 홋카이도에서 처음으로 공동배송을 했다.
의류업계에서는 업계단체 '일본 어페럴패션산업협회'가 "물류코스트 절감은 업계 전체의 과제"라며 11월 말부터 각사 물류센터와 상업빌딩 등 200개 시설 사이에서 공동배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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