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으로 인생 망했어요" 호주서 큰 관심 속 소송 개시
30대 여성 "중독 유도·승률 허위" 슬롯머신 게임 금지 요구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의 30대 여성이 중독성이 강하고 사기성이 농후한 카지노 게임에 빠져 인생을 망쳤다며 주요 카지노 업체와 슬롯머신 기기 제조업체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호주 언론은 12일 카지노 단골이었던 쇼니카 가이가 대표적인 카지노 업체 '크라운'과 슬롯머신 기기 제조사 '애리스토크라트'(Aristocrat)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12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전했다.
쇼니카는 "17살 때 포키(pokies·슬롯 머신)를 시작했고, 그 게임은 다음 14년 동안 내 인생을 앗아갔다"며 보상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사람이 다시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소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쇼니카는 대표적 슬롯머신 게임인 '돌핀 트레저'(Dolphin Treasure)가 이용자들을 중독시키도록 설계됐고 승률도 기만적이라며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변호인 측은 게임 이용자들을 오도하거나 현혹하는 몇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우선 위아래로 도는 5개의 전체 열 중 첫 4열은 같거나 유사한 크기로 30개의 모양이 나오지만, 마지막 5번째는 44개의 모양을 가졌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는 이용자에게는 가장 유리한 모양을 얻어 행운을 누리는 것을 어렵게 한다.
또 카지노 측이 게임 이용자의 회수율이 87%라고 내세우지만, 이는 수백만 회 이상을 했을 때를 가정한 이론상의 수치로 보통 사람들 게임에서는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각 열의 모양들이 균등하게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밖에 돈을 잃었음에도 마치 딴 것과 같은 인상을 주도록 설계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예컨대 10 호주달러를 걸어 2 달러만 돌려받게 되더라도 마치 돈을 딴 것처럼 불빛과 소리가 터져 나온다는 것이다.
언론은 이번 재판이 카지노 도박과 관련해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며 큰 관심을 보였고, 법정 밖에서는 도박 반대 단체와 함께 게임기기 산업 측 관계자들이 각각 자신들의 주장을 폈다.
도박 반대 운동가인 팀 코스텔로는 애리스토크라트사가 1953년에 처음 슬롯머신 기기를 내놓은 이후 날로 지능적으로 되고 있다며 쇼니카와 같은 평범한 호주인들로부터 매년 수조 원을 빼앗아간다고 주장했다.
코스텔로는 또 "수백만 달러가 정치헌금으로 제공되고, 도박산업은 전직 정치인 수십명을 고용한다"며 정부도 엄청난 돈을 세금으로 거둬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게임기기 산업 측 관계자는 슬롯머신 기기들이 법으로 엄격히 규제되고 있고, 자신들은 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호주 사회서비스부에 따르면 호주인들은 2014-15회계연도(2014·7~2015·6)에 도박으로 190억 호주달러(17조2천억원)를 썼으며, 이중 슬롯머신에만 130억 호주달러가 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기적으로 슬롯머신을 하는 6명 중 1명꼴로 심각한 도박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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