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전 총리 "한국, 외교 상대적 독립성 획득 가능"
"문 대통령과 참모진이 해결하고 고민해야할 문제"…자세한 언급은 피해
"미·중·러 3대 강국 北 공동압박 가할 때에야 해법 찾아질것"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방한 중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12일 한미 관계 등과 관련해 "외교에 있어서 (한국의) 상대적 독립성 획득은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자서전 출간을 계기로 방한한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대국간 세력 경쟁이 펼쳐지는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이 취할 바람직한 외교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에 코멘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교 분야의 상대적 독립성은 여러분의 몫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진이 해결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라며 "한국의 내부 정치, 우방국 관계에 대해 전 독일 총리로서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이는 대북 해법 등을 둘러싸고 미일, 중러간 대립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이 상대적으로 더 독자적인 외교를 펼칠 공간은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슈뢰더 전 총리는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서는 "북한은 명백하게 범죄정권이다. 자기 민족을 희생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핵무기를 계속 개발·테스트하는 상황"이라며 "국제사회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해결은 반드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이 돼야 할 것"이라며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 3대 강대국이 북한에 대 공동 전략을 펼칠 때에만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3대 강국이 공조해서 북한에 대해서 공동 압박을 가할 때만이 해법이 찾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 북한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남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단하지 않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것(대화)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최근 제기되는 북핵에 대응한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독일은 핵포기를 선언했고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정치문화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고, 한국도 나름의 정치문화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권고할만한 일이라고 말씀드리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그는 전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 방문에 대해서는 "할머니들께 일본이 아직 사과할 용기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또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전날 관람한 슈뢰더 전 총리는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등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된 것에 대해 "대량 학살, 무엇보다 무고한 시민에 대해서 무차별적으로 가해진 발포에 대해서는 그것이 규명되는 것이 유가족들에게 중요하며, 유가족들의 알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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