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이수 '낙마'에 후임 헌재소장 인선 고심
김이수 재지명은 '일사부재리' 위배…정치도의에도 안맞아
기존 재판관 가운데 고참 4명은 임기 1년도 안 남아
신임 헌법재판관 임명 후 헌재소장 지명…이유정 사퇴로 가능한 카드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 표결을 통해 낙마하면서 후임 헌재소장 인선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김 후보자의 낙마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던 만큼 후임 헌재소장 인선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당이 부결시킬 것으로는 상상도 못 했다. 후임 부분은 전혀 생각한 바 없다"며 "결과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지어야 할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당장은 예상치 못한 김 후보자의 낙마에 격한 반응을 보이나, 결국 후임 헌재소장 인선에 착수하는 것 외 뾰족한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경우 청와대의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김 후보자를 재지명하는 안을 생각할 수 있으나, 현실화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원칙에 따라 한 회기 내에는 동일인의 재지명이 불가능한 데다 다음 회기로 처리를 미룬다고 하더라도, 야당이 한번 부결시킨 인물을 다시 지명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 김 후보자를 재지명하는 '초강수'를 둘 경우 대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어쨌든 국회의 표결은 존중해야 하는 만큼 재지명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김이수 후보자를 제외한 기존 7명의 헌법재판관 중 한 명을 새 헌재소장 후보로 지명하는 안이 있다.
기존 재판관 중 한 명을 신임 소장으로 지명하는 만큼 안정감 확보 차원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으나, 기존 재판관 7명 중 4명의 임기가 1년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택의 폭이 크게 줄어든다.
김이수 전 후보자를 포함해 이진성·김창종·안창호·강일원 재판관 등 5명은 2012년 9월 20일 동시 취임해 내년 9월 19일이면 임기가 만료된다.
기존 헌법재판관이 헌재소장으로 임명될 경우 새로 6년간의 임기가 시작되는지, 기존 임기 동안만 헌재소장직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으나,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잔여임기 동안 헌법재판소장을 하시게 된다고 판단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해석대로라면 기존 헌법재판관 중 고참인 4명 가운데 1명을 헌재소장 후보로 지명하면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헌재소장을 지명하는 셈이 된다.
또 나머지 3명 중 서기석·조용호 재판관 역시 2019년 4월 18일 임기가 만료되며, 올해 3월 취임한 이선애 재판관만 임기가 5년 이상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현재 공석인 대통령 지명 몫 헌법재판관 1명을 임명하면서 동시에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지명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가 지난 1일 자진사퇴하면서 사용 가능해진 카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이유정 변호사를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했으나, 이 후보자는 '주식 대박' 논란 등으로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진사퇴했다.
만일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헌법재판관으로 취임했으면 문 대통령은 김이수 재판관을 제외한 다른 8명의 재판관 중 한 명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해야 했으나, 역설적이게도 이 후보자가 낙마한 덕에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다만 이는 국민의당이 그간 청와대와 여당에 요구해온 카드라는 점에서 선뜻 수용하기가 망설여지는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임기 1년짜리 헌재소장을 지명하면 다른 사람도 1년 뒤 헌재소장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통령의 눈치를 보게 된다"며 6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새 헌법재판관을 지명하고 그에게 헌재소장의 역할을 맡길 것을 주장해왔다.
이에 당장 새 헌재소장 후보를 지명할 경우 야당의 주장을 바로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청와대가 6년 임기의 새 헌재소장 후보를 지명하더라도 어느 정도 뜸을 들였다가 '시간차 지명'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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