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쪼개 경쟁하는 척…충청 레미콘·아스콘조합에 과징금 폭탄
6개 조합, 조달청 입찰서 수량 담합…과징금 73억여원
공정위, 관계부처와 중기 입찰 개선 논의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지역 시장을 독점하던 건설 조합이 경쟁 입찰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다른 조합을 신설해 담합을 벌였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정부 입찰에서 담합한 대전·세종·충남지역 3개 아스콘 조합과 충북지역 3개 레미콘조합에 과징금 73억6천9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제재 대상 아스콘 조합은 대전세종충남아스콘공업협동조합(충남아스콘조합), 대전세종충남서북부아스콘사업협동조합(서북부아스콘조합), 대전세종충남중부아스콘사업협동조합(중부아스콘조합) 등이다.
제재를 받은 레미콘조합은 충북레미콘공업협동조합(충북레미콘조합), 충북동부레미콘사업협동조합(동부레미콘조합), 충북서부레미콘사업협동조합(서부레미콘조합) 등이다.
3개 아스콘 조합은 대전지방조달청이 2014년, 2015년 각각 시행한 입찰에서 입찰 수량 비율을 합의한 뒤 입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레미콘·아스콘 입찰은 한 개 조합이 최대 50% 물량을 '최저가 낙찰'로 입찰할 수 있도록 하되 입찰 물량이 100% 채워지면 입찰이 마감되는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역 시장의 100%를 점유한 이들 3개 조합은 낙찰을 받지 못하는 조합이 없도록 사전에 입찰 물량을 나누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이태휘 대전지방공정거래사무소장은 "다른 변수가 없다면 2개 조합이 입찰 상한인 50%씩 물량을 낙찰받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이라며 "3개 조합의 투찰 수량 합이 입찰 공고 수량과 정확히 일치한 것은 이들의 담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3개 레미콘조합 역시 같은 방식으로 충북조달청이 2015년 시행한 4개 입찰에서 담합을 했다.
이번 사례는 아스콘·레미콘 입찰이 2007년 단체 수의계약에서 중소기업 간 경쟁 입찰로 전환된 뒤 처음으로 적발된 담합이다.
담합을 벌인 아스콘·레미콘 조합들은 지역에서 유일했던 기존 조합이 경쟁 입찰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만든 사실상 '형제' 조합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쟁 입찰이 진행되려면 참여 조합이 최소 2개 이상이 돼야 하기 때문에 기존 조합의 조합원을 신설 조합으로 이동시켜 가짜 경쟁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충남아스콘조합은 중북·서북부아스콘조합의 설립을, 충북레미콘조합은 동부·서부레미콘조합의 설립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외형상으로 경쟁 형태를 띠고 있을 뿐 실제 낙찰률은 99% 이상으로 단체 수의계약 때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위는 중소기업 간 경쟁 입찰 제도가 구조적으로 담합을 방치하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중소벤처기업부·조달청 등과 함께 제도 개선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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