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 판결로 본 국민참여재판 10년…사법 불신 해소
신청 사건 184건 중 45건 진행…22사단 총기난사 사건 임병장도 신청
피의자 83% 범행 부인…판결과 배심원 평의 일치율 89.3%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친아버지 살해한 10대 1심 유죄, 친형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고교생 1심 무죄, 공직선거법 위반 김진태 국회의원 1심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200만원 선고.
강원도 내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거친 주요 사건이다.
2008년 처음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춘천지법 최초의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 4월 17일 열렸다.
당시 3건의 절도죄와 1건의 강도죄로 기소된 A(56)씨에 대해 재판부는 모두 유죄를 선고했지만 배심원은 강도죄를 만장일치 무죄 평결하는 등 판단이 엇갈렸다.
이 때문에 첫발부터 삐걱거린 국민참여재판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2014년 9월에는 22사단 GOP(일반전초) 총기 난사 사건으로 동료 5명을 숨지게 한 임모 병장이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던 중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군사법원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임 병장 사건은 군사법원에서 줄곧 진행됐다.
2015년 7월 고3 친형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10대 고교생 사건은 국민참여재판 역사상 가장 큰 논쟁을 남겼다.
당시 재판의 쟁점은 살인의 고의 여부였다. 1심 배심원 9명은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다.
재판부도 고심 끝에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해 동생 D(당시 15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친형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D군이 '범행의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석방되자 법조계와 일반 시민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이에 검찰은 주의적 공소사실(살인)을 유지하면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상해치사를 추가한 끝에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가 선고됐다. D군은 다시 법정 구속됐다.
결국, '1심 무죄→2심 유죄' 논란 속에 상고심까지 간 이 사건은 대법원이 D군에게 단기 2년6개월, 장기 3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항소심을 확정하면서 논란을 매듭지었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자유한국당 김진태(춘천)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춘천지법 국민참여재판 역사상 이틀 연속 개정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지난 5월 17∼18일 이틀간 열린 김 의원의 국민참여재판은 방청권을 추첨할 만큼 큰 관심이 쏠렸다.
제20대 총선 당내 경선 과정에서 발송된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문자메시지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고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된 이 사건은 배심원 7명 중 유죄 4명, 무죄 3명으로 팽팽하게 엇갈렸다.
그만큼 주요 쟁점에서 유·무죄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했다.
결국, 재판부는 배심원 다수의 평결에 따라 유죄와 함께 당선 무효형인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김 의원은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고, 이 사건은 오는 27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8일 춘천지법에 따르면 첫 시행 이후 최근까지 10년간 도내에서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해 달라고 피고인이 신청한 184건의 사건 중 45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다. 4건 중 1건이 배심제 재판으로 열린 셈이다.
범죄 유형은 살인이 31.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범죄 17%, 상해 12.7%, 강도 10.6% 등이다. 공직선거법도 6.3%나 차지했다.
국민참여재판 피고인의 83%는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다. 범행을 인정한 사건은 17%에 불과했다.
상당수의 피고인은 자신의 억울함을 일반 주민인 배심원에게 호소하기 위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판결 시 유죄 비율은 70.2%, 일부 유죄 23.4%, 무죄 6.3%였다.
재판부의 판결과 배심원 평의의 일치율은 89.3%로 비교적 높았다.
재판부의 선고형은 징역형이 62.8%로 가장 높았다. 이는 국민참여재판이 대부분 법정형이 높은 형사합의 사건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집행유예 25.6%, 선고유예 2.3%, 벌금형 9.3% 등이다. 선고유예나 벌금형은 주로 단순 상해나 교통사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나왔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한 시민은 "잘 몰라서 가지고 있던 사법 제도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이 국민참여재판 참여를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배심원 설득을 위해 퍼포먼스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법리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단점도 있다"고 밝혔다.
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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