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혁신기업들, 실리콘 밸리 VC들에게 "투자해 주세요"
'피칭' 중요성 절감한 구로구청 주최 '코리아 벤처 서밋'
(산 마테오<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손님이 매장을 방문하면 우리 '포카'(포카혼타스의 애칭)가 주문을 받아 자동으로 처리한다. 그뿐 아니라 그 손님의 얼굴이나 신체 특징, 심지어 착용한 장신구나 타고 온 자동차까지 인지해 손님이 다시 매장을 찾으면 그에 맞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음성·얼굴 인식,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주문 응대' 키오스크 로봇 스타트업인 '로보러스'의 김대훈 대표이사가 7명의 실리콘 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VC)들과 청중에게 설명을 마치자 VC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AI(인공지능)의 생명은 학습 경험이다. 그런 경험이 없이 AI 로봇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가", "매우 훌륭한 아이디어인데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까지 생산하는 것이 가능한가"…
김 대표는 "구글의 텐서플로라는 AI 프레임워크를 이용하면 이미 학습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초기에 일일이 데이터를 모집하지 않아도 된다. 하드웨어 프로토타이프(원형)를 만들어 성공적인 테스트를 끝냈다. 올해 말까지 대량생산 시스템을 마칠 수 있다."
막힘없는 그의 대답에 VC들은 박수를 보냈다.
실리콘 밸리에서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참신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만으로는 안 된다.
이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 투자를 얻어내려면 '피칭(Pitching·투자 설명회)'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6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마태오의 드레이퍼 대학 내 창업보육센터 히어로 시티에서 열린 '코리아 벤처 서밋'은 바로 한국 스타트업들이 실리콘 밸리 주요 투자자들을 상대로 피칭해 직접 투자를 유치하는 드문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허밍으로 작곡할 수 있는 모바일 앱 '쿨잼 컴퍼니', 말의 생체 정보 분석 시스템 회사인 '더 파워 브레인스', 노로바이러스 센서를 개발한 스마트 헬스케어 회사 '라디안' 등 9개 한국 스타트업들이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이들의 피칭을 보기 위해 실리콘 밸리의 톱 10 VC로 꼽히는 클라이너 퍼킨스의 스티븐 홍 파트너를 비롯해 콘티넨털의 더크 렘디 부사장, GE 벤처투자계열사인 GE 벤처스의 데이브드 로젠버그 전무, 인텔 캐피털의 산짓 싱당 투자국장 등 7명이 패널로 참여했다.
한국 스타트업들은 주최 측의 지원을 받아 실리콘 밸리에 오기 전 서울산업대학에서 한 달여간 '피칭' 연습을 받았다고 한다.
9개 기업의 피칭은 실리콘 밸리의 내로라 하는 VC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VC들과 피칭 기업 대표들 간의 미팅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언어의 장벽 등으로 질문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부자연스런 몸짓으로 참석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자신감 있고 자연스러운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들의 '피칭'과는 거리가 멀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참석자는 "발표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문화와 교육이 피칭을 어렵게 인식하도록 한다"며 "실리콘 밸리의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혁신적 아이디어와 함께 피칭을 체화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한국 첨단산업의 메카를 자부하는 구로구가 한국 유망 스타트업과 실리콘 밸리 VC들을 연결해 피칭과 투자유치 기회를 제공하는 '코리아 벤처 서밋'은 올해로 세 번째다.
이 성 구로구청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피칭 능력이 필수"라면서 "1970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신산업을 선도해온 구로구가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지금까지 벤처 서밋을 통해 1천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며 "앞으로는 구로 G 밸리뿐 아니라 다른 지역 스타트업이라도 비전 있는 기업은 이 행사에 적극 참여시키겠다"고 덧붙였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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