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드리운 훈센의 '공포정치'…여당만의 총선 치르나
내년 총선 앞두고 야당 지도부 '공백'…'32년 권좌' 훈센 총리, 집권연장 의지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캄보디아 정국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독립 언론 폐간, 야당 지도자 체포 등으로 얼어붙었다.
32년째 권력을 쥐고 있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집권연장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공포정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미국의소리(VOA) 크메르방송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의 켐 소카 대표가 최근 정부 전복 혐의로 기소되면서 CNRP가 와해 위기에 처했다.
캄보디아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형사범은 정당과 연대하거나 당직을 맡을 수 없다. 정부 여당은 지난 7월 훈센 총리 지시로 이처럼 관련법을 개정했다.
소카 대표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되면 최장 3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CNRP는 소카 대표 혐의를 부인하지만, 법원은 훈센 총리의 의중을 반영해 재판을 서둘러 실형을 선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 시판 정부 대변인은 "법원이 독립적인 판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카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CNRP는 90일 안에 대표를 교체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당을 해산해야 한다.
무 속후아 CNRP 부대표는 "소카 대표를 교체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을 해산시키기를 원한다면 해산시키라"고 말했다.
훈센 총리의 최대 정적인 삼랭시 CNRP 전 대표는 과거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캄보디아 당국의 뒤늦은 형 집행을 피해 2015년 11월부터 프랑스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CNRP는 당 대표가 연달아 사법처리 대상에 오르면서 지도부 공백을 겪고 있고 이를 대체할만한 지명도 있는 인사를 찾기도 어려워 내년 7월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훈센 총리는 6일 "이전에는 언제 공직을 사임할지 매우 주저했지만 최근 야당 지도자의 반역 행위를 목격하고서 10년은 더 내 일(총리직)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며 집권연장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그동안 훈센 총리는 다수당이 총리를 배출하는 총선에서 야당이 이기면 내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최근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영자지 캄보디아데일리에 지난 10년 치 체납세금 630만 달러(71억 원)를 내라고 압박해 문을 닫게 했으며 자국에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소리(VOA) 방송 송출도 차단했다.
동남아 문제 전문 언론인인 세바스티안 스트란지오는 캄보디아 정부의 이런 조치들에 대해 "내년 총선이 도화선이 된 것"이라며 "집권 여당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총선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기대만큼의 표를 얻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dpa 통신에 말했다.
6월 지방선거와 5년 전 지방선거를 비교할 때 여당 득표율은 62%에서 51%로 떨어진 반면 CNRP 득표율은 30%에서 44%로 약진했다.
야당의 무력화로 내년 총선이 사실상 여당만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CNRP에 대한 지지세를 고려할 때 유권자들이 여당에 표를 몰아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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